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대작 <신화학> 4부작 가운데 셋째권이 번역돼 나온 걸 뒤늦게 알고 구입했다. 1권 <날 것과 익힌 것>이 2005년에 처음 번역됐고, 2권 <꿀에서 재까지>가 2008년에 나왔을 때는 '설마 완간되는 건가?' 싶었는데, 이후에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서 '결국 절반만이군'이란 느낌을 갖던 터였다. 그런데 3권 <식사예절의 기원>이 지난 여름에 번역된 것(13년만이다!). 















'수집도서'로 구입은 했지만 당장 읽을 여유는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지 모르겠다(그래도 4권 <벌거벗은 인간>이 마저 번역된다면 당연히 구입할 예정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책은, 특히 신화학은 '사유의 악보' 같아서 악보 독해력이 필요한데(그리고 그걸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나는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더 중요하게는 그런 여유나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많다는 것. 레비스트로의 책만 하더라도 <신화학>보다 먼저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다. 박사학위논문인 <친족의 기본구조>(1949) 이후 그의 주저는 아래와 같다(*표시는 아직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책).


<슬픈 열대>(1955)

<구조인류학>(1958)

<야생의 사고>(1962)

<신화학1: 날 것과 익힌 것>(1964)

<신화학2: 꿀에서 재까지>(1966)

<신화학3: 식사예절의 기원>(1968)

*<신화학4: 벌거벗은 인간>(1971)

*<구조인류학2>(1976)
















레비스트로스의 얇은 책은 몇권 더 번역되었는데, 대략 이 정도가 대표작이라고 가늠하고 있다. <신화학 4부작을 한 종으로 치면 <슬픈 열대>와 <야생의 사고>, 그리고 논문집인 <구조인류학>(저2권)과 <신화학>(저4권)까지 8권. 그 가운데 기본적인 저작이 <구조인류학>인데, 유감스럽게도 절반만 번역되었고 그마저도 절판된 지 오래다(나는 책을 갖고 있지만 현재로선 찾을 수 없다). <구조인류학>을 거치지 않고 <신화학>으로 넘어가는 건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하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신화학>을 미뤄놓는 이유다. 

















레비스트로스의 생애와 학문에 대해서는 자서전 <슬픈 열대>와 함께 인터뷰집 <레비스트로스의 말>, 절판됐지만 디디에 에리봉의 대담집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아, 강연집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도 나와있군.

















오랜만에 레비스트로스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에게 언어학을 가르쳐준 로만 야콥슨, 그리고 그 언어학을 전수해준 자크 라캉까지 떠올리게 된다(구조주의의 탄생 장면이다). 야콥슨과 레비스트로스, 레비스트로스와 라캉도 같이 묶어서 살펴볼 수 있는 지성사의 짝이다. 관련한 책, 특히 방대한 분량의 레비스트로 평전이 영어로 번역되었기에 바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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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2-02-1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비스트로스-라깡 -구조주의, 이렇게 연결되는군요@@ 슬픈열대는 읽다가 다른 책에 밀려서 가끔 일요일에 보는 리스트에 속해있지요~ 치우지는 못하고 식탁 옆 책장에서 눈인사하는 사이^^*

로쟈 2022-02-12 19:31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책들이 있지요.~
 
 전출처 : 로쟈 > ˝오늘 나는 한 줄도 쓰지 않았다˝

4년 전에 적은 페이퍼다. 이후 두어 차례 책이사를 해서 책상 사정은 조금 나아졌지만 독서가 불가능하다는 건 변함이 없다. 밀린 원고들도 제자리걸음. 기적은 서재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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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22-02-1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노파를 오늘 읽었네요.

로쟈 2022-02-12 10:31   좋아요 0 | URL
네, 구하기 어려운 책.~
 

찾아보니 이디스 워튼에 관한 페이퍼를 재작년 여름에 적었다. <이선 프롬>과 <여름>이 다시 번역돼 나온 게 계기였는데, 지난가을에 <버너 자매>가 번역돼 나왔고, 이달에는 단편집 <석류의 씨>와 새 번역 <순수의 시대>가 추가되었다. 특히 <순수의 시대> 새 번역본이 반가운데, 그간에 강의에서 쓸 번역본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대표작이기도 하고).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순수의 시대>는 대략 5종이다(펭귄판은 두 가지 표지). 































이번에 나온 문동판이 정본으로서의 기대에 부응하면 좋겠다. 
















<버너 자매>는 중단편집으로 <버너 자매><징구><로마열> 세 편으로 구성돼 있다. <징구>는 앞서 두 차례쯤 번역된 작품. <로마열>도 단편선집 <제인의 임무>에 수록돼 있다. 워튼 중단편 가운데서는 어떤 작품이 대표작이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아무래도 제한된 강의에서 모든 작품을 다룰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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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참회록> 새 번역본이 나왔다. 정확히 개정번역판이다. 앞서 <고백>으로 번역돼 나와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인간 톨스토이를 이해하는 데 아주 요긴한 저작이라고 언급해온터라 이번에 붙인 추천사에도 그렇게 적었다.

˝작가 톨스토이를 만나는 길은 에두르지 않고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근대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한 정점을 보여준 작가이면서 그 위대한 성취를 단번에 부정한 회의적 정신의 거인이었다. 그의 이름이 ‘위대한 작가’라기보다 ‘거대한 인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작가를 넘어 인간 톨스토이를 만나려는 독자에게 『참회록』은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곧바로 인간 톨스토이의 육성을 들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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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세계문학론의 두 가지 쟁점

11년 전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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