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 전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오랜만에 학술서의 저자 3인을 골랐다. 국문학자, 이탈리아문학자, 국사학자다. 먼저 <한국현대소설사 3>(문학과지성사, 2016)을 펴낸 조남현 교수.
"2012년 자신의 가장 오랜 연구가 담긴 <한국 현대소설사> 1, 2권을 펴낸 조남현 교수가 2013년 퇴임 후 3년 만에 후속 연구 <한국 현대소설사> 3권을 펴냈다. 1890~1930년과 1930~1945년대의 소설을 다루었던 앞선 1, 2권에 이어 이번 책에서는 해방과 정부 수립, 한국전쟁을 치러낸 15년(1945~1959년) 사이의 작품들에 집중했다. 시대 순으로 작품을 나열하고 그 내용을 요약하는 서술 방식을 이어 나가면서 시대 인식과 사상 그리고 역사적 상황 별로 작품이 나뉘고 모이는 가운데 역사적 격동기의 현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그러니까 <한국현대소설사 1,2>가 정년 기념으로 나온 책이었는데, '불과' 3년만에 후속작을 펴낸 것이다. 게다가 '1945-1959년'이라고 특정한 것으로 보아 1960년대 이후 문학사에 대한 정리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 물론 60년대 이후부터는 작가와 작품 수가 부쩍 불어날 터이기에 정리하는 일이 만만찮지만 아마도 저자의 계획에는 포함돼 있을 것이다.
1,2권에서 주요 작가들 편을 읽은 소감으로 말하자면 일반 독자가 처음 손에 들기에 좋은 소설사는 아니다. 한국문학 전공 학부생이나 현대문학 전공 대학원생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책. 그건 저자가 최대한 많은 작품에 대한 소개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데, 일반 독자가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으면 읽어볼 수 없는 작품들에까지 섬세하게 배려한다. 나무를 보는 데 좋은 문학사이고, 숲 전체를 보게 해주는 문학사(소설사)를 미리 보고 참고하는 게 유용한 활용법으로 보인다.
아마도 국문학 전공자들에게는 필독서일 법한 김윤식, 정호웅의 <한국소설사>나 권영민의 <한국현대문학사 1,2>까지 참고한 독자라면 <한국현대소설사>로 마무리해도 좋겠다.
이탈리아문학자, 더 좁혀서는 대표적 단테 연구자의 한 사람인 박상진 교수도 새 연구서를 펴냈다. <사랑의 지성>(민음사, 2016). '단테의 세계, 언어, 얼굴'이 부제다. 저자 자신의 소개는 이렇다.
"나는 단테가 자신의 삶을 사랑의 지성으로 채워 나간 기록이 곧 그의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서 단테의 문학을 세계와 언어, 그리고 얼굴의 측면들로 보여 주고자 한다. 단테의 세계는 단테 자신의 삶과 사랑, 그리고 성찰적 변신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테의 언어는 한없이 사물에 다가서면서 제 소리를 내며, 단테의 얼굴은 존재를 체험으로 변모시키는 가운데 드러난다. 이 책을 통해 단테의 세계와 언어, 그리고 얼굴을 돌아보며 단테의 문학을 좀 더 친숙하게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가 직접 옮긴 <신곡>과 나란히 읽어도 좋겠다. <신곡>에 대한 강의는 수년 전에 진행한 적이 있는데, 내년쯤엔 이탈리아 현대문학과 함께 다시 읽어보고 싶다.
국사학자 김백철 규장작 책임연구원도 묵직한 연구서를 펴냈다. <법치국가 조선의 탄생>(이학사, 2016). 영조와 탕평책에 대한 책들을 펴낸 바 있어서 조선 후기가 전공 분야인 줄 알았는데, 조선시대 법사학과 정치사상이 전공 분야로 되어 있고, 이번에 나온 책은 조선초 법제의 성립과 정비 과정을 자세히 다룬다. 과문하지만, 이런 주제의 책이 드물다고 생각해왔기에 반갑다.
"14세기 동아시아 변혁기에서부터 출발하여 개혁 입법의 등장 배경, 조선의 청사진, 실제 입법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조선 전기 실록을 토대로 가장 빈도가 높았던 법리 논쟁 약 40여 가지를 바탕으로 시기별 변화상과 법전의 수록 상태를 비교 검토하는 방식으로 법치국가 조선의 면모를 종합적으로 드러낸다."
저자는 '민음 한국사' 조선편에도 <18세기>의 공동 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법치국가 조선의 탄생>과 관련해서는 <15세기><16세기>를 참고하며 읽어야 하겠다. 이번 여름에 그럴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16. 0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