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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교재 출간이 지연돼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읽기 대체 강의를 진행한다. 12월 3일부터 2월 11일까지 화요일 저녁(8시-10시)에 진행하는 비대면 강의로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 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 두 작품을 읽는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유료강좌이며 문의 및 신청은 010-2701-0734 이영혜).


러시아 소설 읽기


1강 12월 03일_ <의사 지바고>(1)



2강 12월 10일_ <의사 지바고>(2)



3강 12월 17일_ <의사 지바고>(3)



4강 12월 24일_ <의사 지바고>(4)



5강 1월 07일_ <삶과 운명>(1)



6강 1월 21일_ <삶과 운명>(2)



7강 2월 04일_ <삶과 운명>(3)



8강 2월 11일_ <삶과 운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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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1933년) 이반 부닌의 대표 중단편집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문학동네).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작가의 한명인데, 이유는 마땅한 번역본이 없어서였다. 이제 세계문학전집판으로는 <아르세니에프의 생애>와 함께 온전하게 다룰 수 있겠다(부닌은 톨스토이 문학의 상속자 중 한 사람이며, 러시아혁명 이후 베를린 망명문단의 대표 작가이기도 했다. 나보코프의 아버지 세대 작가다).
















"부닌의 창작세계는 볼셰비키혁명에 반대해 프랑스로 망명한 1920년을 기점으로 망명 이전과 이후로 대개 나뉘는데, 이 두 시기를 대표하는 중단편을 엄선한 것이다. 19세기 사실주의를 계승해 사회 비판적 요소가 강한 1910년대 작품으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창의 꿈」 「수호돌」이 실렸다.


망명 이후 사랑, 죽음, 기억 등 러시아문학의 ‘영원한 주제들’에 천착한 시기의 작품으로는 사랑을 전면적으로 다룬 「가벼운 숨결」 「일사병」 「옐라긴 소위 사건」 「미탸의 사랑」이 실렸다. 오랫동안 이반 부닌을 연구해온 역자 최진희의 충실한 번역과 해설을 통해 부닌의 감각적인 문학세계를 오롯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부닌 강의에서는 <부닌 단편선>(<어둔운 가로수길>포함)을 읽었는데, 이번에 나온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에는 중요한 중편 <수호돌>도 포함돼 반갑다. 강의에서는 2회 정도 할애에 읽어볼 수 있겠다. 내년쯤에 기회를 마련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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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의 H.Point의 앱매거진 Edit.H에 실은 글을 옮겨놓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글을 청탁받고 쓴 것이다(노벨문학상 수상배경에 대한 견해을 주로 적었다). 예상치 못했던 수상이었지만(혹자는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되짚어보면 단지 시점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노벨문학상도 밀린 숙제를 해치운 것 아닐까). 



Edit.H(11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배경과 의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한국작가 한강이었다. 지난 1010일 저녁8(한국시간)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의 수상자로 '한강'을 처음 호명했을 때 나는 반신반의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어서다. '한강'이란 이름이 한번더 호명되었을 때 비로소 현실을 인지 혹은 인정하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탄생한 것이었다. 아시아 작가로는 다섯번째이고, 아시아 여성작가로서는 최초의 수상이었다.



 













발표 직후에 벌어진 일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충격과 흥분, 이어서 느껴진 보람과 긍지. 그리고 한강 작가의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거의 독차지하기까지(알려진 바에 따르면 노벨상 발표 이후, 한강의 책들이 번역된 여러 나라에서 품절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024년을 이제 두달 남겨놓은 시점에서 한해를 돌이켜 본다면 한강의 이번 노벨상 수상은 단연 가장 중요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최초 수상의 의미를 음미하자면, 노벨문학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고조되던 2000년대부터 치더라도 한 세대적 사건이면서 시대적 사건이라 부를 만하다. 자연스레 질문하게 되는것은 이 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등이다.


노벨문학상은 영국의 부커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부커상과 공쿠르상이 작품상인 반면에 노벨문학상은 작가상이란 점에서 차별적이다. 더불어 부커상과 공쿠르상이 각각 영어와 불어로 쓰인 작품만을 심사 대상으로 삼는 반면에 노벨상은 국적과 언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세계문학상'으로서의 기본 요건은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무사공평하게 선정돼온 건 아니다. 유럽어와 유럽문학 편향성은 1901년부터 시상된 노벨문학상의 역사에서 자주 지적돼온 것이다. 국적에는 제한이 없더라도 언어에는 제한이 없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문학작품은 구체적인 언어로 쓰였고 스웨덴 한림원의 심사위원들이 모든 언어로 된 작품을 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강 이전의 아시아 수상작가들의 사례가 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시아 최초 수상작가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였다. 타고르는 아시아인 최초일뿐만 아니라 비유럽인 최초의 수상자였다. 1861년생의 타고르는 벵골어 작가로 일찍부터 시와 산문소설, 드라마 등 여러 장르에 걸쳐서 많은 작품생산해낸 벵골어 최대 작가였다. 그렇지만 1913년 노벨문학상 수상(한강과 마찬가지로 54세에 수상)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영어 시선집 <기탄잘리>였다.

 

1912년 영국을 방문하게 된 타고르는 벵골어로 쓴 방대한 분량의 시들 가운데 직접 추리고 영어로 번역하여 <기탄잘리>를 펴냈고, 이것이 영어권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가 주목하고(예이츠는 10년 뒤,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1913년판에는 직접 서문까지 붙였다. 그리고 바로 그해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벵골어 작가로서는 진작부터 문호의 반열에 올라선 작가이지만 타고르가 노벨상 수상과 함께 세계문학 공간에 들어설 수 있게 해준 것은 <기탄잘리>라는 번역시집이다. 벵골어도 사용자가 현재 2억명이 넘는 언어이지만 문학어로서는 '소수어'이다. 이런 경우 세계문학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세계문학의 '다수어'인 서유럽어와 북유럽어(노벨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주관하기에)로 번역되어야 한다. 세계문학의 언어적 문턱이자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타고르에 이어서 아시아인으로서는 두번째이자 일본 최초의 수상작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다. 그는 타고르의 수상 이후 55년만인 1968년에 노벨상 수상자로 호명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일본어를 구사한다는 야스나리에게 수상의 계기가 된 작품은 <설국>이다. 하지만 일본어 작품 <설국>이 아무런 언어적 매개 없이 스웨덴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될 수는 없다. <설국>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여 야스나리의 수상에 결적인 기여를 한 미국인 번역자 사이덴스티커의 회고가 좋은 참고가된다.

 

그에 따르면 패전국가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던 1960년대(1964년에 도쿄올림픽이 개최된다) 유럽 독자들에게 일본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차츰 일본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문제는 언어적 문턱이었고 야스나리의 애독자였던 사이덴스티커는 유려한 영어 번역을 통해 이 문턱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가 번역한 <설국>은 일어 원작과 다르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오히려 원작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었다. <설국>의 스웨덴어판조차도 영어판의 중역본이었다. "일본인의 심정의 본질을 그렸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심사평도 이러한 언어적 매개가 없다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야스나리도 이를 인정하여 번역본 인세의 절반을 번역자가 가져가도록 했다.



 












아시아인 세번째 수상자는 야스나리 수상 이후 26년만인 1994년 수상한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다. 야스나리가 일본문학의 특수성으로 주목받았다면 일본 전후문학의 대표작가로서 오에는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대변하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네번째 수상자가 2012년에 수상한 중국작가 모옌이다, 일찍이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1987)의 원작자로 소개된 이후 주요 작품이 10여개로 번역되고 중국의 간판작가로 인정받았다. 유럽 독자들에게 모옌은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윌리엄 포크너 같은 작가의 스타일을 중국화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앞선 아시아 작가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지만 아시아의 경우에는 '일본'이나 '중국' 같은 국가의 존재감이 주목의 배경이 되었고 구체적으로는 번역의 존재가 핵심 조건이었다. 첫번째 배경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한류 혹은 K컬처의 확산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함께 한때는 고은, 황석영 같은 작가들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번역 문제가 한국 작가의 노벨상 수상의 걸림돌이 돼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로 한강은 2016<채식주의자>로 국제부커상을 수상함으로써 이러한 걸림돌을 단숨에 극복했다. 국제부커상은 영연방 작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커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비영어권 작가들에게 수여된다. 노벨문학상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었으나 2016년, 상의 성격이 번역작품상으로 바뀌었다.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번역본이 심사대상이며 상금은 작가와 번역자에게 절반씩 나눠준다.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국제부커상의 첫 수상자가 바로 한강이다. <채식주의자>는 외국어로 번역된 한강의 첫 작품이었다.

 

2015년 나온 <채식주의자>와 영어판이 국제부커상을 받은 2016, 한강의 또다른 대표소설 <소년이 온다>의 영어판이 출간돼 나란히 주목을 받는다. '부커상 효과'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데 한강은 일약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한다. 그리고 뒤어어 한강의 작품들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다. <소년이 온다>가 이탈리아의 말라파르테상을 수상하고 2023년에는 불어로 번역된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다. 그에 뒤이은 것이 바로 올해의 노벨상이다.

 

번역되지 않아서 세계문학공간에서는 부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던 한강의 문학이 처음 번역됨과 동시에 국제부커상을 수상하고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하면서 급기야는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는과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걸 가능하게 한 작가적 역량은 물론 필수적이지만 그 배경과 조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격상, 특히세계 각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의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확산 등이 배경이라면,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긴 영국의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를 필두로 한 번역가들의 기여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사이에 튼튼한 가교가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 더 많은 교류와 소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면 더 많은 한국문학이 번역소개될 수 있을 것이고 제2의 한강도 출현하게 될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한국문학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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