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에 수원평생학습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서평 강의를 진행한다. 3월 16일과 4월 20일 저녁 7시에 진행하며 주제는 각각 ‘서평이란 무엇인가‘와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다. 서평 백일장도 동시에 진행하는데 자세한 것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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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문예출판사)는 제목이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다. 원제 ‘오늘날의 문제들에 답하는 인류학‘이 번역본의 부제가 되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인류학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1986년 일본에서 현대 인류학의 거장 레비-스트로스가 했던 세 차례의 강연을 담은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는 이 간단하지만 거대한 질문 앞에 제출한 답변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인터집도 나와 있고 그게 입문서로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강의록 역시 입문서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 무엇을 위한 입문인가? 아무래도 그의 주저들에 대한 입문서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는 불만이 없지 않다. 레비스트로스의 저작이 국내에 많이 소개된 편임에도 몇 개의 이가 빠져 있기 때문.

간추리면 세 종이다. 먼저 박사학위논문이면서 구조인류학을 시연해보인 <친족의 기본구조>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그리고 핵심논문들을 묶은 <구조인류학>(전2권)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과거 1권만이 종로서적에서 나왔다가 오래 전에 절판된 상태다. 그리고 전4권으로 이루어진 대저 <신화학>의 절반이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1,2권만 나온 상태다). 예고는 되어 있지만 기약은 아직 없다.

이런 책들이 마저 소개되어야 한국어 레비스트로스도 버젓한 규모를 갖게 될 터이다. 그런 날이 조만간 올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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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봄학기를 앞두고 망중한 같은 (강의)휴일이었다. 그렇더라도 막상 내주의 강의자료들을 만들려고 하니 이삼일의 여유도 짧게 느껴진다. 해야 할 일의 최소한이건만. 무겁거나 복잡한 책(‘복닥한 책‘이라고 타이핑했다)을 잠시 제쳐놓고 손이 닿는 대로 집은 책이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스윙밴드)다.

중앙일보 이영희 기자의 에세이집. 이름이 낯익어서 확인해보니 연락처에 이름이 있고 안면은 없지만 몇번 통화한 적이 있다. 문화부에서 출판담당 기자였을 때였나 보다. 책의 서두에서 출판담당 기자의 하루 얘기가 나오니 친숙하게 잘 읽힌다. 지난 2015년 알라딘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된 <어쩌다 어른>이 저자의 첫 책이었다는 걸 프로필을 보고서야 알았다. 어쩌다 지나친 것인지.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싶다‘는 첫 장의 제목이다. 베스트셀러 저자는 이렇게 글을 쓰는구나라고 한 수 배운다. 그렇게 몇장 넘기다가 적는 페이퍼다. 뒷북으로 알게 된 저자이니 널리 알린다는 건 말이 안 되고, 편안한 금요일 저녁시간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에 말을 꺼냈을 뿐이다. 추천사를 쓴 MBC 김민식 PD는 ˝자고로 사람을 웃기는 데 자학개그만한 게 없다˝고 했다. 아마 이 책의 갈래가 (자학)개그집인 모양이다.

한데 저자의 일상을 자발적 생중계로 들여다보게 하는 터라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이런 게 소설과 에세이의 차이로군. 지금 저자가 <내 인생의 결산 보고서>를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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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엊그제 주문한 책은 프랑스 작가 로랑 비네의 <언어의 7번째 기능>(영림카디널)이다. 2010년 콩쿠르상 신인상 수상작으로(신인상도 있는 줄 몰랐다) <HHhH>(황금가지)가 소개된 바 있다. 지난해 나온 원작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인데, <언어의 7번째 기능>은 2015년에 발표한 신작. 흥미롭게도 문학비평가 롤랑 바르트의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1980년, 프랑스의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문예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세상을 떠난다. 이것은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다. 하지만 롤랑 바르트의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살해당했다. 또한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문서를 지니고 있었다. 너무나 강력하고 위험해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숨겨야 했던 비밀, 바로 ‘언어의 7번째 기능‘을 담은 문서였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정보국 수사관 바야르. 그는 우선 롤랑 바르트의 주변 인물들 탐문에 착수한다. 하지만 대학가의 먹물들이 하는 말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뱅센 대학의 젊은 강사, 시몽을 ‘통역사‘로 데리고 다니며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이 둘은 이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소설 같은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

얼핏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인데(지적 스릴러 내지 지식인 스릴러?) 바르트의 그 주변의 지식사회에 대해 얼마간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제목의 ‘7번째 기능‘은 언어의 6가지 기능에 관한 야콥슨의 이론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나저나 <문학 속의 언어학>(문학과지성사) 같은 야콥슨의 책은 정녕 다시 나오지 않는 것일까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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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에 북리뷰를 다시 격주로 연재하게 되었다. 이번주에 실린 서평을 옮겨놓는다(분량이 전보다 조금 짧아져서 적응이 좀 필요하다). 지난 연휴에 리처드 왓슨의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원더박스)를 읽고 적었다(계기가 되어 미래학 관련서를 몇 권 더 구입했다).



주간경향(18. 03. 06) 인간이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설 연휴가 지나고 나니 비로소 한해가 시작되는 듯하다. 서평을 다시 연재하게 되면서 어떤 책을 다룰지 고심하다가 영국의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의 책을 골랐다. 그의 신간을 손에 든 것도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에 이끌려서다(원제는 디지털 대 인간이다). 알파고가 보여준 위력 때문에 부쩍 체감하게 된 인공지능 시대는 과연 어디까지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그리고 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여전히 인간일까.


저자도 인간이기에 당연한 선택인 것도 같지만 그가 편을 드는 쪽은 디지털(내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이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지만 인공지능의 특이점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인공지능의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갖게 되는 단계를 가리킨다. 만약 그런 단계의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고, SF영화에서 흔히 보여주듯 거꾸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런 특이점이 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우리가 아직 인간 의식의 작동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계에서 의식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방법을 알지 못하면서 언젠가는 인공의식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말하는 것은 저자가 보기에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따라서 현재로서는 불필요하다. 대신에 필요한 것은 컴퓨터는 인간을 통제하는 도구가 아닌 해방하고 보호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한 컴퓨터 과학자의 기대를 관철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디지털 세계가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지만, 저자는 여전히 인간적 가치와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세상과 현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끔찍한 불행을 낳을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로 저자가 꼽는 것이 한국인 부부다. 온라인에서 만나 사귀다가 결혼한 김유철과 최미선 부부는 진짜 딸은 집에다 방치한 상태로 디지털 딸을 돌보느라 PC방에서 하루 12시간씩 게임에 몰두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가장 잘 갖춰져 있고 인터넷 평균속도도 가장 빠른 나라에서 발생한 일이라 더 상징적이다.


디지털 기술은 현실을 더 흥미롭게 바꿔줄 수 있지만 현실의 인지를 방해할 가능성도 더 높여놓았다. 디지털화된 현실이 초연결사회를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가까운 인간관계는 더 약화시켰다. 영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33퍼센트가 디지털 소통에서 소외를 느낀다고 답했다. 여전히 우리의 마음과 정서는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는데, 디지털 기술은 폭주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기술의 발달은 분명 이전에 가능하지 않았던 많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왔다. 그렇지만 기계문명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기술을 우리의 목적에 맞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먼저 그려야 한다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18. 03. 02.


P.S. 분량상 여러 주제를 다루지 못했는데, 일단 '디지털 대 인간'이라는 원제는 디지털 딸을 키우느라 진짜 딸을 방치하여 죽게 만든 한국인 부부의 사례에서 가져온 것이다(찾아보니 국내기사에서는 부부의 실명이 뜨지 않았는데, 외신에는 보도가 나간 모양이고 저자도 책에서 실명을 적고 있다. 혹은 외신용 가명인지도 모르겠지만). 책의 유익함은 다양한 사례 소개에 있는데, 영국 사진작가 베이비케이크스 로메로의 작품이 언급되기에 찾아보았다. 디지털 시대의 익숙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풍경이었다. '대화의 죽음' 시리즈 몇 장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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