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목의 책이 부제와 표지가 바뀌어 재출간되었다. 이스라엘의 사회학자 오나 도나스의 <엄마됨을 후회함>(반니)이다. 2016년에는 ‘모성애 논란과 출산 결정권에 대한 논쟁의 문을 열다‘가 부제였는데(논란과 논쟁을 제목에 넣은 게 패착?) 이번에는 ‘모든 여성이 엄마가 될 필요는 없다‘가 부제다. 더 많은 독자층을 겨냥한 재설정이라고 봐야겠다. 제목과 부제가 대충 내용을 가늠하게 해준다.

˝이스라엘 사회학자 오나 도나스는 엄마가 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엄마들은 분명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들은 엄마가 된 것은 후회한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25~75세의 이스라엘 여성 23명은 “만일 지금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엄마가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부분 “아니요”라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엄마로서의 삶에 후회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사회규칙과 주변의 압박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만한 언어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을 뿐이다. 내면 깊숙이에서는 심지어 엄마가 된 것이 아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는 엄마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소개에도 나와있지만 이스라엘 여성 23명의 설문조사에 근거하고 있어서 일반화할 수 있는 결론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당장 같은 조사를 동시대 한국 여성들에게 한다면 ‘엄마가 된 것이 아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상당이 줄지 않을까(내가 속내를 모르는 것일까?). 짐작에 엄마가 되는 일도 가치가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선택도 해보고 싶다 정도이지 않을까.

평균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엄마됨을 후회함‘에 공감할 독자도 꽤 될지 모른다. 책에 대학 반응이 궁금한데, 책을 미리 읽은 <엄마의 독서>의 저자 정아은 씨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가 된 이후 내가 느꼈던 답답함의 이유를, 아이들과 있을 때 숨이 막히고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아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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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레닌 전집1‘이라는 품번이다. 60번대 전후의 책들이 먼저 나와서 전집이 거꾸로 나오는 건가, 대체 완간은 되는 건가 궁금했는데 1권이 출간돼 의문이 풀렸다. 이제 한 60권 나오면 된다?! <이른바 시장 문제에 관하여>는 처음 들어보는데, 소개를 보니 국내 초역이다. 게다가 레닌이 23살 때 썼다니 풋풋하기까지 하다.

˝레닌 전집 1권. 러시아 혁명가 레닌의 저작 중 가장 일찍 씌어진 것으로, 국내에는 처음 번역 소개되는 책이다. 23세의 청년 레닌이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으로, 레닌은 이 책을 통해 나로디즘(인민주의/민중주의)과 단절하고 혁명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농촌의 변화와 농민 문제를 경제적 측면에서 살핀 「농민 생활의 새로운 경제적 양상」과 러시아의 초기 자본주의 발전에 대해 고찰한 「이른바 시장 문제에 관하여」가 수록되어 있다.˝

아무려나 첫단추에 해당하는 책도 나왔으니 ‘레닌 전집‘이라는 ‘무(모)한도전‘이 언젠가 종착지에 이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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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칼럼집이 나왔다. <위대한 봄을 만났다>(교유서가, 2018). <민란의 시대>(한겨레출판, 2017)에 뒤이은 책으로 제목만 연결해도 한국의 근현대사가 된다.

 

 

 

"1960년 4월 19일 경무대 앞에서 부정부패와 부정선거에 항거해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경찰들은 이들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았다. 시위대에 있었던 한 문학청년은 민족운동과 민중항쟁을 연구하고 이를 쉽게 풀어 대중에게 알리는 재야사학자가 되었고, 나이 쉰이 넘은 87년 6월에도 거리에 나와 전경들에게 "할아버지는 빨리 들어가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경무대 앞 총알을 빗겨 맞았던 이 문학청년은 어느덧 여든이 넘었고,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 책은 2016년 늦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거리에서 느낀 역사학자 이이화의 가슴 벅찬 감격과 감회의 기록이자, 민중의 변혁운동 및 인권운동의 역사, 그리고 겨레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역사기행 보고서다."

 

1960년의 봄에서 2017년의 봄까지, 아직 갈길이 멀지만 위대한 봄으로의 여정으로 이제 기록해도 좋겠다. 당장은 MB구속과 적폐청산.

 

 

 

올 한해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월간 정여울'이 어느새 셋째 권에 이르렀다. 제목은 의성어 시리즈인데, <똑똑>과 <콜록콜록>에 이어서 <까르륵까르륵>(천년의상상, 2018). 부제는 '가장 순수한 것들의 찬란한 웃음소리'다.

 

"<까르륵까르륵>에서 정여울은 처음에는 '까르륵까르륵'이라는 사랑스럽고 명랑한 의성어로 한 권의 책을 써내는 일이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사는 게 매일매일 기쁘고 행복하다"는 조카의 말에서, 본능적으로 놀이의 대상을 찾고 즐거움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 속에서, 우리에게도 어른이 되며 억눌러왔던 해맑은 순수가 내재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그동안 드러낼 수 없던 외로움과 고통에 공감하며 사람들을 위로해왔던 작가는, <까르륵까르륵>에서 독자의 입가에 미소를 피어오르게 할 이야기들을 꽉 채워 다른 빛깔의 편안함과 싱그러움을 선물한다."

 

이제 1/4 지점을 통과한 셈인데, 한해의 정산서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 궁금하다.

 

 

 

지난 수년 간 번역비평과 시비평을 가장 정력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조재룡 교수의 시비평서가 추가되었다. <의미의 자리>(민음사, 2018). 저자의 네번째 비평집이 되는데, 연차로는 중견 비평가다.

 

"2003년 '비평'을 통해 문학 평론가 활동을 시작한 조재룡은 지금 한국 시단에서 가장 활발한 현장 비평가로 꼽힌다. 이번 비평집에서 조재룡은 '의미'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시 한 편 한 편을 독해해 나간다. 기존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 내는 시를 읽으며, 형식의 반대말로서의 의미가 아닌 진정한 의미를 자리를 찾아나서는 긴 여정이 담겨 있다. 총 여섯 개의 부, 서른 편의 글로 구성된 <의미의 자리>는 조재룡이 얼마나 성실한 독자이자 비평가인지를 증명한다. 1부에서는 시의 이론에 대해 탐구한 글을 묶었다. 짧은 서정시와 긴 산문시의 차이, 운문과 산문의 이분법, 구두점의 운용 등에 대한 글들은 그간 시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의구심을 품었을 단상을 연구자로서 명확하고 유려한 사유로 정리했다."

 

성실하면서 집요한(그의 물음은 정말 '물고 놓지 않음'의 준말이다) 저자의 바지런한 비평 덕분에 한국시가 좀더 진지해졌다고 하면 과장일까...

 

18.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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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1268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삼일절 즈음에 고른 책으로 일본의 역사학자 도노무라 마사루의 <조선인 강제연행>(뿌리와이파리)를 읽고 적었다. 저자의 책은 공저와 단독서가 더 나와 있다. <재일조선인 사회의 역사학적 연구>(논형)도 관심은 가지만 학술서라서 그런지 좀 비싸군...



주간경향(18. 03. 20) 일본인이 바라본 조선인 강제징용


우리에게는 소설과 영화 <군함도>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일제치하 조선인 강제징용의 실상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궁금증에 손에 든 책이다. 저자는 도쿄대학에 재직중인 일본근대사 전공자다. 일본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지만 동원하는 측(일본)의 논의와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한국 독자들에게도 식민지 시대 역사 이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해는 ˝왜 일제의 전시 동원이 그렇게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성격을 띠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우리가 통상 강제징용이란 말을 쓰지만 일제의 공식용어로는 노무동원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을 치르게 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진 일본 정부는 1939년 이후 패전까지 노무동원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노무동원계획(1939-1941년도)과 국민동원계획(1942-1945년도)을 시행하였다. 조선인 노무동원은 일본인의 노무동원까지 포함하는 전체 계획의 일부였다. 문제는 이 계획이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강제성이 수반된 노무동원이 조선인에게는 민족차별과 가혹한 착취 정책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는 저자가 보기에 노무동원이 의도한 바와 배치된다. 일제의 노무동원정책의 목표는 전쟁 승리에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피노동자가 기꺼이 동원현장에 가서 의욕적으로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이상적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뜻밖이지만 조선총독부와 일본 내지의 이해관계도 서로 엇갈렸다. 일본 쪽에서는 더 많은 조선의 노동력을 원했지만 조선 북부의 공업화를 기획하고 있던 조선총독부에서는 노동자 송출을 꺼려했다. 농업노동력도 부족했던 터라 일본의 조선인 노무동원계획은 무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주목할 점은 무리한 강제성이 수반되었다고는 해도 조선인 노무동원이 결코 징용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동원된 조선인들은 징용에 가깝다고 느꼈지만 법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조치로서 징용은 조선에서 실시될 수 없었다. 즉 징용을 하려는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다. 징용을 실행할 행정기구가 미비했다. ˝십수만에 이르는 징용 대상자에게 출두를 명하고 전형을 실시한 다음 징용령서를 교부하는 등의 절차를 처리하는 것˝이 조선총독부로서는 불가능했다. 동원한 인력에 대한 노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런 불비한 행정의 무능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조선인 강제연행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결여한 사회에서 충분한 조사와 준비가 부족한 조직이 무모한 목표를 내걸고 추진하는 행위가 가장 약한 사람들의 희생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저자의 꼼꼼한 검토는 일제의 조선 통치 방식과 성격에 대해서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18.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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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이라고 독서인이 독서인을 알아보고 (저들이 말하는) 책중독자가 책중독자를 챙긴다. 그래서 대번에 알아보았다. 조 퀴넌의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권의 책>(위즈덤하우스). 너무 길어서 나대로 줄였는데 원제는 더 간명하다. ‘One for the Books‘. 이걸 그리 옮긴 작명술도 놀랍다.

˝세상에서 가장 괴팍한 독서가이자 지독한 책벌레로 유명한 서평가 조 퀴넌의 발칙하고 삐딱한 독서 편력기이. 읽고 또 읽느라 바친 세월, 그 삶의 열정적이면서 유쾌한 보고서인 이 책 속에는,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과 인정사정없이 웃기는 투정이 가득하다. 그는 단지 책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특별한 책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사랑꾼들의 습관을 파악하고, 책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맺어주기도 하고 깨뜨리기도 하는지 분석한다.˝

기대하는 내용 그대로다. 자전 에세이로 <마감시간(Closing Time)>도 있길래 장바구니에 넣었다. 1950년생이니 흠, 그런 제목을 붙일 만한 나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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