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새 산문집이 번역돼 나왔다.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푸른숲). 중국 당대문학 간판작가의 한 명이면서 한국에서는 가장 많이 읽히는 중국작가의 문학견습기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기회가 닿아서라기보다는 기회를 만들어서 그의 장편소설을 대부분 강의에서 다루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그가 소설가라기보다는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현대소설로서의 기대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야기로서는 얼마든지 제값을 할 수 있는데 그의 ‘소설‘들이 그렇다.

소설과 산문을 통틀어서 그의 가장 좋은 책은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인데, 나는 그의 산문(이 경우에는 에세이다)이 소설들과 합쳐져야 제대로 된 작품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에세이와 같이 합해져야 작품을 구성하는 쿤데라의 프랑스어 소설들도 비슷한 경우다). 다르게 말하면 소설의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게 위화의 에세이다(<형제>의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게 <사람의 목소리>다. 이 둘은 합쳐져야 제대로 된 작품을 구성한다).

공식으로 표현하면 ‘위화의 소설=이야기+에세이‘이고, 통상 소설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들은 여기서 ‘이야기‘에 해당한다. 그의 산문이 소설과 별도로 일가를 이룬다는 견해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그건 중국 현대소설이 충분히 숙성(성숙)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당대 사회현실을 묘사하고 재현한다는 당위론의 차원에서), 다른 외인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내가 소설로서 더 읽고 싶은 건 <마사지사>의 작가 비페이위의 신작이다. 위화가 무엇을 더 쓸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비페이위는 기대를 갖게 한다. <마사지사> 정도의 작품을 써내긴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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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2 0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13년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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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9-06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부터 마음에 안들어서ㅎ
감자와 고구마가 등장하는 시를 좋아하신다는 말에
감자와 고구마와 샘의 접점이 뭘까 생각해봄.

로쟈 2019-09-06 22:36   좋아요 0 | URL
감자, 고구마의 유익에 감사해야.
 

생각을 해봐 
생각이란 걸 해보란 말이지
럭키처럼 프와송 쁘와쏭
생각은 그렇게 쑥쑥 자라기도 하고
럭비공처럼 튀기도 하고
생각은 동작이 아니지만
생각은 정중동이지 생각은
고여 있지 않아 생각은
넘쳐흘러야 돼
생각만큼 생각할 수 없는지도 몰라
생각지수란 것이 있을까
어쩌면 눈뜨고 생각하는 게 가능할지도
아니 눈을 감아야 할까
아니 이런 게 생각일까
생각은 얼만큼 생각을 생각할까
럭키처럼 생각은 힘든 일일까
힘겨운 일일까
이건 누구의 생각일까
생각은 언제 멈춰질까
생각하기 나름일까
생각을 혼내고 싶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가두자
생각을 다시 어항속으로
프와송
쁘와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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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9-0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퐁퐁 뽕뽕거리며
제 집으로 침잠하는 물고기
귀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난데없는 물고기 연작시
난해한 은유의 세계
문학에도 철학에도 나오는 은유
무지를 탓할 수도
시인에게 떼쓰기도 뭐한

로쟈 2019-09-06 22:37   좋아요 0 | URL
고도를 기다리며를 염두에 두고 쓴 시예요.
 

물고기는 퇴근하지 않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밤하늘 야간비행으로 산맥을 넘는다
여기가 히말라야인가 안데스인가
물밖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물고기는 꿈꾼다
버스를 타고 이륙한다
지하철로 해저터널을 지난다
보드카 안주로 맥주를 마시고
모닝커피에 냉수로 해장하는 나날
물고기는 출근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꿈꾼다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어디로도 
퇴근하지 않는다
어디로도 이륙하지 않는다
어디로도 출근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꿈꾼다
꿈은 무겁다
물고기는 물고기가 무겁다
이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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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의 자존심
너를 보내는 마음이 그렇다
흥건한 마음이 그렇다
이런 건 내보이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벼락을 맞지 않는다
물벼락을 맞고 살 수는 없다
물벼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벼락을 구걸할 수는 없다
물벼락과 타협할 수 없다
물고기의 자존심이다
물고기는 자기 자리를 지킨다
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을 먹지 않는다
물고기는 먹는 척할 뿐이다
물고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물고기는 살 수 없다
물을 먹을 수는 없다
물벼락을 맞을 수는 없다
물고기는 죽을 수 없다
물고기는 죽으면 안 된다
물고기는 물고기다
물고기를 부인할 수 없다
물고기가 그립다
이를 악문다
물고기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마음이 아니다
너를 보내는 마음이 그렇다
물고기의 마음이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물고기의 자존심
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만 틀어놓는다
바닥이 흥건하다
물고기는 물고기를 잊었다
물고기가 물에 잠긴다
세상이 물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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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