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이라고 독서인이 독서인을 알아보고 (저들이 말하는) 책중독자가 책중독자를 챙긴다. 그래서 대번에 알아보았다. 조 퀴넌의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권의 책>(위즈덤하우스). 너무 길어서 나대로 줄였는데 원제는 더 간명하다. ‘One for the Books‘. 이걸 그리 옮긴 작명술도 놀랍다.

˝세상에서 가장 괴팍한 독서가이자 지독한 책벌레로 유명한 서평가 조 퀴넌의 발칙하고 삐딱한 독서 편력기이. 읽고 또 읽느라 바친 세월, 그 삶의 열정적이면서 유쾌한 보고서인 이 책 속에는,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과 인정사정없이 웃기는 투정이 가득하다. 그는 단지 책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특별한 책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사랑꾼들의 습관을 파악하고, 책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맺어주기도 하고 깨뜨리기도 하는지 분석한다.˝

기대하는 내용 그대로다. 자전 에세이로 <마감시간(Closing Time)>도 있길래 장바구니에 넣었다. 1950년생이니 흠, 그런 제목을 붙일 만한 나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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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마사야의 <공부의 철학>(책세상) 서두다. 아침에 가방에 넣었지만 겨우 거기까지만 펼쳐보았다. 부제는 ‘깊은 공부, 진짜 공부를 위한 첫걸음‘. 한데 제목이나 부제 때문에 고른 책은 아니다(공부를 주제로 한 책은 차고 넘친다). 먼저 소개된 전작이 <너무 움직이지 마라>(바다출판사)여서다. ‘질 들뢰즈와 생성변화의 철학‘을 다룬 책. 곧 프랑스 현대철학 전문가의 공부론은 어떤 것인가 궁금해서 손에 든 책이 <공부의 철학>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지난해 화제작이었다고.

˝일본의 사상계를 주도하는 젊은 철학자 지바 마사야가 프랑스 현대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독자의 인생을 바꿀 만한 ‘공부의 철학’을 제시한다. 공부란 지식 쌓기가 아니라 기존의 환경에 동조하며 살아온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환경 속에서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러니적 발상, 하나의 주제에서 폭넓게 가지를 뻗어 나가는 유머적 발상을 중심으로 진짜 공부, 깊은 공부를 누구나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별히 새로운 얘기가 나올 것 같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화제작을 썼다고 하니 저자의 재능이고 공력이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통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일본의 프랑스철학 전공자들의 책이 계속 번역되고 있는데 나름 강점이 있어서라고 봐야겠다. 혹은 우리에게 없는 걸 채워준다고도. 나카마사 마사키의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아르테)을 읽는 시간도 조금 지연되고 있는데 얼른 공부의 시간을 되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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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조지 오웰 편이 나왔다.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한빛비즈)이다. 지난해 여름에 나온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뒤이은 책이다. 소설가와 에세이스트 오웰만큼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이로써 저널리스트 오웰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작성한 방대한 기사와 칼럼, 기고문 중에서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 57편을 선별한 저널리즘 작품집이다. 오웰의 관점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주제와 의미별로 묶어 정리했다. 대부분 국내 초역이다.˝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로 헤밍웨이나 오웰은 누구라도 떠올릴 수 있다. 궁금한 건 이 시리즈의 셋째 권인데, 영어권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욕심을 내자면 알베르 카뮈도 번역되면 좋겠다. 한국어판 전집에도 빠진 <알제리 연대기> 등이 매우 궁금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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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서해문집)를 떠올리게 된 건 윌리엄 펠츠의 <유럽민중사>(서해문집)가 출간돼서다. ‘중세의 붕괴에서 현대까지‘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원제의 근현대(modern)를 그렇게 풀었다. ‘근현대 유럽민중사‘가 원제. ‘중세의 붕괴부터 현대까지, 보통사람들이 만든 600년의 거대한 변화‘가 번역본 부제다.

˝중세 이후 유럽 민중사의 입문서. 유럽은 종교개혁 급진파, 18세기 정치혁명, 조직 노동계급의 발흥 등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데 더없이 좋은 토양이었다. 20세기에는 소비에트 러시아의 요란한 등장과 붕괴가 있었고, 냉전 시기의 민중 저항, 1968년의 학생, 노동자 저항이 있었다.˝

당장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도 떠올리게 하는데 사실 영어 people은 너무 다의적이어서 ‘민중‘이란 말이 정확히 그에 대응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인민‘으로도, ‘국민‘으로도 번역되어 온 탓이다). 역사학에서 좀더 엄밀하게 개념을 정리해주면 좋겠다. 원래 불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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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면 감당이 어려워지는 저자들이 있다. 책이 사정없이 출간되기 때문이다. 인문분야 일본서의 대표 저자로 우치다 타츠루(다쓰루)가 그에 속하는데 <속국 민주주의론>(모요사)을 읽어보려다 시간을 못 내는 중에 벌써 다음책이 출간되었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원더박스). 이번엔 글쓰기 책이란다. 다작도 다작이지만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부제는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다.

˝문학, 철학, 교육,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비판적 지성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진행한 마지막 강의 ‘창조적 글쓰기’를 책으로 엮었다. 전공인 불문학자로서의 내공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이 책에 대해서 저자 자신도 “언어와 문학에 대해 사유해온 것을 모조리 쏟아 붓고자 한 야심찬 수업”이었다고 소개한다.˝

책은 강의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첫 날 수강자가 너무 많아서 인원을 제한해야겠다며 자기소개 대신 리포트 과제를 제시하는데 제목이 ‘내가 이제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덜렁거리는 사람‘이다. 짧은 이야기로 충분하지만 ‘설명하는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단다. 학생들도 뭔가 자극을 받을 만하다. 이 강의의 제목이 ‘창조적 글쓰기‘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한 학기 맡은 적이 있는데 공통교재를 갖고 진행하는 것이어서 부담은 적었지만 재미는 없었다(학생들도 재미없어 했다). 글쓰기 강의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인데 우치다 타츠루의 강의를 곁눈질할 수 있었다면 많은 도움을 받았겠다(내가 맡았던 건 창조적 글쓰기가 아니라 논문쓰기가 목적이었으니 소용이 없었을까?).

우치다의 책은 지난해에 네권이 나왔고(<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가 마지막 책이다) 올해 두권째이니 최소 지난해 수준은 될 것 같다. 문제는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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