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상상플러스가 나오는 걸 잠시 보다가 채널을 돌리니까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띈다. '세계적 석학'이란 말이 미리 나오는 자크 아탈리다(그에게서 내가 받는 인상은 딱 이어령 선생의 그것이다). 아마도 'TV, 책을 말하다'에서 아탈리와의 인터뷰를 특집으로 꾸민 모양인데, 손석춘 한겨레 기획위원이 패널로 나와서 거들고 있다. TV를 끄고 책상으로 와서 무슨 일로 온 건지 '아탈리'를 검색해본다. 얼마전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차 내한했다가 방송분을 녹화한 모양이다. "21세기는 이타주의자들이 지배"한다는 게 이번 포럼에서의 그의 메시지였던 모양이다(그럼, 지금까지는 이기주의자들이 지배해왔구만).

 

 

  

 

따져보니까 아탈리의 책을 내가 완독한 건 한권도 없는 듯하다. 한데, <합리적인 미치광이>, <21세기 사전>, <호모 노마드>를 구입했었고 부분적으로 읽었다(<인간적인 길>과 <마르크스 평전>은 읽어볼 요량으로 있다). '형제애'나 '노마드'에 대한 방점 같은 게 키워드로 떠오르지만 그의 핵심적인 메시지에 대해서는 아직 가늠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비슷한 처지라면 아래 기사가 요긴한 도움이 되겠다.

 

뷰스앤뉴스(06. 10. 20) 자크 아탈리 "21세기는 이타주의자들이 지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지낸 세계적 석학인 자크 아탈리(63) 플래닛파이낸스 회장이 앞으로 세계경제는 '이타주의자'들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자크 아탈리(63)는 19일 OECD 사무총장 출신인 도널드 존스턴 국제리스크관리위원회(IRGC) 이사회 의장 사회로 수파차이 운크타드 총장과 함께 '창조 경제의 시대'를 주제로 가진 대담에서 선진국의 과도한 지적재산권 보호 정책을 질타했다.

그는 "지적재산권(IPR) 보호가 오히려 사람들의 창의력을 억제하고 전 세계적인 지식의 확산을 막고 있다"며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지적재산권은 보호받는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이디어나 지식은 희소성이 있는 게 아닌데 지적재산권이라는 인위적인 장치로 이를 희소한 것으로 만들었다"며 "지식은 전 세계적인 확산을 통해 성장을 촉진해야 하는데 지적재산권이 이를 막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수는 2백억개로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무료로 들을 수 있다"며 "음반산업이 CD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고 더 이상 음악이 무료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도 번역소개된 저서 <호모 노마드> <마르크스 평전> 등을 통해 강조해온 이타주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세계경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타주의"라며 "앞으로 이타주의적 새로운 엘리트집단이 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는 희소성에 가치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네트워크경제 시대에는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연주자가 잘 해야 나의 연주도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이 정보는 많이 공유할수록 이익이며 이를 위해 지식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이타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타인의 성공이 나에게도 이익이 되는 이타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좋은 자동차는 나 혼자 갖고 있는 게 좋지만 좋은 휴대전화는 나 혼자 갖고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구체적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또 시야를 세계문제로 넓혀 "테러나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빈곤과 어려움이 나에게 이득이 아니라 해를 끼칠 것"이라고 이타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50년 간 장기적으로 세계화와 전쟁, 권력 이동과 같은 일련의 현상들을 겪고난 후 새로운 엘리트 집단이 생길 것이며 이 '새로운 엘리트 집단'은 기본적으로 '이타주의자'들로 구성될 것"이라며 "나아가 반세기 전 자본주의가 미친 영향만큼 비정부기구(NGO) 인사들, 예술가들, 과학자들 특히 뇌 연구 과학자들이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며 그들은 이미 세계 총생산의 10%를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85년 처음 사용한 '유목주의'(노마디즘)에 대해 "당시와 달리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은 유목성이 보편적 규범이 됐으며, 계속 이동하고 변화하는 유목성이 낳는 창의성은 오늘날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며 " 한국의 젊은이들은 사회가 뭐라고 생각하든 간에 자신의 꿈을 좇아야하며, 예술가, 과학자, 요리사, 광대 등 어떤 꿈이더라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로 프랑스 최고 지도자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경제학ㆍ정치학 2개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아탈리는 <21세기의 승자>(1995) <21세기 사전>(1997년) <호모노마드-유목하는 인간>(2003) <인간적인 길>(2005) 등의 많은 저서를 펴냈고 그의 모든 책은 국내에서도 번역됐다. 오랜 기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고문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대 총재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노벨평화사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빈곤층을 위해 설립한 마이크로크레딧 금융기관인 그라민은행에서 힌트를 얻어 1998년 ‘플래닛 파이낸스’를 설립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김홍국 기자)

06. 10. 31.

 

 

 

 

P.S. 오늘부터 이타주의자가 되는 연습을 해야겠다(이기주의자들, 너넨 이제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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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파벨 2006-10-31 09:49   좋아요 0 | URL
듣기만 해도 기분좋은 글이군요...^^

정말 저 분의 예측이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딸기 2006-10-31 09:49   좋아요 0 | URL
아 큰일이다... 나의 시대는 갔구만... (혼잣말입니다)

로쟈 2006-10-31 13:2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이타주의자들은 향후 50년간 참호 속에서 숨어지내야 될 거 같습니다. 그 담에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