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 관련서로도 다시 나옴직한 책은 데보라 펠더의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부글북스, 2007)이다. 출간된 지 10년이 되었고 현재 절판된 상태라 나는 중고본으로 다시 구했다(소장하고 있는 책이지만 찾는 일이 또 일인지라). 50권의 목록도 그렇고 이 주제의 강의를 하는 데 요긴한 책이어서다.

 

 

전체 50권의 책이 5개의 장에 나뉘어 소개되는데, 내게 특별히 유익한 건 '19세기 중엽부터 1920년대까지'를 다룬 제4장이다. 14권 가운데 콜레트의 <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번역돼 있으니 '여성의 삶을 바꾼 책 13'이라고 좁혀서 말해도 되겠다(조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가 절판된 상태에서 다시 안 나오고 있는 건 유감이다). 따져보니 이 가운데 9권은 강의에서 다룬 바 있다. 대략 70%는 강의한 셈. 토머스 하디의 <테스>나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는 <마들마치>가 다시 나온다면 19세기 영문학으로 묶어서 한번 다뤄보고 싶다.

 

거기에 더하여 욕심이 나는 책은 이디스 워튼의 <환희의 집>(1905)이다. 저자에 따르면,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 여성작가가 쓴 최초의 위대한 소설"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워튼의 대표작은 퓰리처상 수상작인 <순수의 시대>(1920)이고 올해 강의 목록에 포함시킨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인지도나 대표성을 고려하여 <환희의 집> 대신에 <순수의 시대>를 고른 셈인데, '여성의 삶을 바꾼 책'으로 <환희의 집>이 선정된 걸 보면, 언젠가 다루면 좋겠다 싶다.

 

 

 

 

<환희의 집>이라고 제목을 적었지만 국내 번역본은 <기쁨의 집>(펭귄클래식)과 <환락의 집>(현대문화센터), 두 종이 나와 있다. 제목의 성경의 전도서 7장 4절에서 따온 말이라고 하는데("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나, 우매한 자의 마음은 환락의 집에 있느니라"), 구성경 번역으로는 '혼인집'(혹은 '잔칫집')이라고 돼 있다. 새번역 성경에서는 어떻게 옮기는지 모르겠지만, 전공자들의 논문에서는 제목이 제각각으로 표기돼 있어서 좀 불편하다. 이런 작품의 제목 정도는 통일시켜주면 좋겠다.

 

 

 

여유만 있다면, 두 번역본을 비교해서 읽어보고 싶지만(원서도 구입해놓은 터여서) 당장은 <전쟁과 평화>와 <미성년>,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아가씨와 철학자>를 읽어야 한다. 내주에 강의할 책들이다. 이디스 워튼의 경우에는 자서전도 구입했는데, 이 역시도 번역본이 나오면 읽기 편하겠다. 20세기 초 미국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 작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그 정도는 소개될 만하다...

 

17.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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