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19세기와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19세기 작가로는 레스코프와 살티코프-셰드린, 20세기 작가로는 알렉시예비치를 남겨놓고 있다(20세기는 가을학기 강의다). 이전에 다루지 않아서 이번에 일부러 집어넣은 작품도 있는데, 레스코프의 <왼손잡이>나 살티코프-셰드린의 <골로블료프가의 사람들>이 그에 해당한다.

반면에 분량 때문에 중요한 작품임에도 빼놓은 경우가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1859)다. 발표시기를 고려하면 투르게네프보다 먼저 다룰 수 있는 작가다. 분량이 부담스럽다는 건 두 권짜리여서인데, 최소한 두 주 정도는 할애해야 한다. 오래전 대학 강의에서 한번 다루고 나도 읽은 지 오래 돼 문득 생각이 났다. 러시아 지주계급의 습속을 다룬 점에서는 고골의 <죽은 혼>(1842)과도 비교해서 읽어봄 직하다. 시기적으로는 투르게네프의 <귀족의 둥지>나 <전야>와 비교될 수 있다.

<오블로모프>는 1980년 니키타 미할코프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매우 뛰어난 영화다. 오블로모프 역은 러시아의 국민배우 올렉(올레그) 타바코프가 맡았다. 국내 출시 제목은 <오브로모브의 생애>다(아마도 일역된 제목을 옮겨서 표기가 그렇게 된 듯싶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는 영화. 책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영화를 통해서도 어떤 작품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앞장면만 20여분 정도 봐도 오블로모프란 인물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작품의 핵심도 오블로모프란 인물, 내지 오블로모프적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오블로모프적 기질의 일례는 침대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는 습성이다.

번역본은 현재 두 종이 나와 있는데, 욕심으로는 하나 더 추가되도 좋지 않을까 싶다. 과도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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