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숙제로 남아있던 페이퍼를 적는다. 지난주에 올리지 못한 '이달의 읽은 만한 책'이다. 오늘도 올리지 못하면, 중순을 넘기게 될 것이고, 아마 멋쩍은 기분에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목숨 걸고 쓰는 것은 아니고,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쓰는 것이다. 



1. 문학예술


알라딘의 '11월의 작가'가 가즈오 이시구로다. 나도 현재 강의를 진행중이라(12월까지는 그의 전작을 읽게 될 예정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아있는 나날>도 부커상을 움켜쥐었지만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나 <우리가 고아였을 때>, <나를 보내지 마>도 후보작이었다. <남아있는 나달>부터 세 작품은 이달에 차례로 읽고 강의하게 된다. 



예술분야에서는 여성사 분야에도 속하는 책으로 '우리 여성의 앞걸음' 시리즈의 첫 두 권이다.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과 <노라노: 우리 패션의 시작>(마음산책, 2017). 일종의 '인생 다큐' 시리즈인데, 목록이 좀더 이어지면 자료로서도 의미가 있겠다.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다룬 그래픽노블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곰출판, 2017)도 거기에 더 얹는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의 추천사다. "배비지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컴퓨터 창시자보다 러브레이스라는 낯선 여인이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 땅에서 부당하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단하고 매력적인 여인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2. 인문학


인문 쪽에서는 릴케의 로댕을 다룬 평전, 레이첼 코벳의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뮤진트리, 2017)와 세계 지성과의 인터뷰집, 안희경의 <사피엔스의 마음>(위즈덤하우스, 2017), 그리고 '지식 큐레이터' 전병근의 <지식의 표정>(마음산책, 2017)을 고른다. "저널리스트를 지낸 ‘북클럽 오리진’의 지식 큐레이터 전병근이 지식문화 분야에서 고유한 입지를 다져나가는 화제의 인물들과 나눈 인터뷰를 엄선, 전면 개고하여 엮었다"



역사 쪽으로는 올랜도 파이지스의 <혁명의 러시아 1891-1991>(어크로스, 2017)과 존 허스트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위즈덤하우스, 2017), 그리고 로저 클라크의 <유령의 자연사>(글항아리, 2017)를 고른다(이것도 역사서인가?). 유령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지만, 나로선 유령이 나오는 문학작품들 때문에 읽어보려고 한다. 



3. 사회과학


국제정치 쪽의 책으로 남태현의 <세계 정치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창비, 2017), 그리고 일본의 문제적 정치인이 된 아베와 아베의 일본을 다룬 책으로 길윤형의 <아베는 누구인가>(돌베개, 2017), 아오키 오사무의 <아베 삼대>(서해문집, 2017)를 고른다. <아베 삼대>는 "아베 가문 3대의 파란만장한 사연을 통해 무의미한 침략전쟁과 처절한 패전, 그리고 급속한 전후 부흥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120년간의 일본 현대사를 압축해 소개하는 역사서이자 일본의 정치가 왜 이렇게 퇴락하고 말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4. 과학


과학분야에서는 유전자가위를 다룬 책 세 권을 골랐다. 난이도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김홍표의 크리스토퍼 혁명>(동아시아, 2017), 전방욱의 <DNA혁명 크리스토퍼 유전자가위>(이상북스, 2017), 그리고 국내 학자 5인의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동아시아, 2017) 등이다. 생명과 인류의 앞날에 대해서 복잡한 심경을 갖게 하지 않을까 싶다. 



5. 책읽기/글쓰기  


먼저 '로고스 고전학교'의 첫 두 권으로 나온 전병국의 <천년의 독서>와 <고전 읽는 가족>(궁리, 2017). <고전 읽는 가족>은 '세상의 모든 지식에 도전하는 가족 학교 이야기'로서 학교 교육 대신에 '고전 읽는 가족'을 선택한 가족의 이야기다. 모험적이면서 실험적인 사례 보고서로도 읽어볼 만하다. 거기에 신병주 교수의 <책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휴머니슽, 2017)도 추가하고 싶다. 400쪽이 넘긴 하지만 목차만 봐도 주요 책들이 빠져 있다(가령 정약용). 그리고 각 저서에 대한 설명도 분량이 길지 않은 만큼 그렇게 자세하지는 않다. 전체를 일별하게 해주는 데서 의의를 찾아야 할 것 같다. 


17. 11. 12.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일본 현대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도널드 킨의 <메이지라는 시대>(서커스, 2017)를 고른다. 원제는 <일본의 황제: 메이지와 그의 시대>다. 초점은 메이지 천황이 아니라 '그의 시대', 곧 '메이지라는 시대'다. 일본문학 기행도 준비할 겸 나대로 독서 일정에 포함한 책이고, 어제 원서도 배송받았다. 나쓰메 소세키도 몇 작품 다시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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