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는 책상부터 바닥까지 책으로 쌓여 있는지라 책을 읽으려면 주로 식탁을 이용한다. 길죽한 6인용 식탁이라 독서용으론 모자라지 않다. 그 식탁에도 책들은 쌓여 있고 강의자료들은 널브러져 있다. ‘예술인‘(아침에 알게 됐는데 책을 쓰는 사람을 사람들은 ‘예술인‘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의 식탁은 그 모양이다.

아침을 그렇게 쌓여 있는 책들 가운데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민음사)를 읽었고 오규원의 <현대시작법>(문학과지성사)을 펼쳤다. <현대시작법>은 같은 제목의 책들 가운데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짐작에 시인 지망생들의 ‘시의 정석‘ 같은 책이다. 나는 몇달 전에 다시 구입했는데, 아마도 처음 구한 건 1990년에 나온 1판이었을 것 같고(확실하진 않다. 좀 뒤늦게 구입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구입한 건 올봄에 나온 3판 1쇄다. 1993년에 개정판(2판)이 나왔고 3판은 아마 책의 디자인에만 변화를 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2007년에 오규원 시인이 작고했기 때문이다.

500쪽이 넘는 책이라 단숨에 읽을 건 아니고 생각날 때마다 아무데나 펼쳐보는 용도다. 책의 강점은 저자가 문예창작과 교수를 오래 역임한 덕분일텐데 습작시를 예시로 다수 수록하고 있다는 점. 기성시인의 시뿐 아니라 습작기 시인들의 작품을 많이 수록하고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설명을 자세히 읽지 않고 예시들만 읽어도 책값은 뽑을 수 있는 책이다.

시를 읽기 위한 또다른 ‘공구서‘로 시 비평집도 고를 수 있는데 아직 통독한 건 아니지만 배후처럼 손 가까이에 두고 있는 책이 조재룡의 <한줌의 시>(문학과지성사)와 황현산의 <잘 표현된 불행>(문예중앙)이다. 두 프랑스문학(더 구체적으로는 프랑스시) 전공자의 한국시 읽기는 면밀하고 깊이가 있다. 나도 나대로 2000년대 이후 시에 대해서 ‘개관‘할 정도가 되면(중요한 시인과 시집을 자신있게 거명할 정도가 되면) 시비평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들어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당장은 가즈오 이시구로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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