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날이지만 집안일도 밀리고 강의준비도 밀려 있는지라 마음이 분주하던 차에 체젠 보도로 널리 알려진 러시아 여기자의 피살 속보를 접하게 되었다(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그녀는 청부살해 당했다). 이 소식을 전하고 있는 국내 일간지 두 곳의 기사와 함께 여기저기서 검색한 이미지 자료들을 옮겨놓는다. 모처럼 다루는 러시아 관련 기사를 음울한 내용으로 채우게 되어 유감스럽다. 분명한 건 이 또한 러시아의 얼굴이라는 사실이다. 대낮에도 활개치는 이런 류의 청부살인이 아직도 낯설지 않은 나라.  

 

한겨레(06. 10. 09) 누가 러시아의 양심을 쏘았나

 

“위험은 내 일의 일상적 부분이 됐다. 러시아 언론인으로서의 일, 내 임무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체첸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며 러시아 정부를 줄기차게 비판한 중견 여기자가 청부살해가 분명해 보이는 총격으로 숨져 파장이 일고 있다. 체첸전쟁 현장을 누벼온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48)에게 총을 겨눈 세력이 누구인지를 두고 러시아와 친러시아적인 체첸 정부에 의혹의 눈길도 쏠린다.(*아래는 피살 소식과 함께 생전의 폴리트코프스카야를 보여주고 있는 러시아의 한 TV방송 모습.) 

 



7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께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된 <노바야가제타>의 폴리트코프스카야는 독보적인 언론인이다. 그는 1년 전 영국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앞날을 예견한듯 일상화된 위협을 얘기했다. 그러나 폴리트코프스카야는 “의사가 환자한테 건강을 주고 가수가 노래하는 것처럼, 언론인의 임무는 본대로 현실을 쓰는 것”이라며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옛 소련 관영지 <이즈베스티야>에서 언론계에 입문한 폴리트코프스카야는 1999년부터는 대표적 비판언론인 <노바야가제타>를 통해 2차 체첸전쟁 참상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다른 매체들이 눈귀를 닫을 때 폴리트코프스카야는 폐허가 된 체첸 수도 그로즈니 등지의 현장취재로 참상을 폭로했다. 러시아군과 체첸 정부군의 고문과 집단처형, 납치, 돈을 받고 주검을 가족한테 넘기는 행태 등이 밖으로 전해졌다. <더러운 전쟁> 등 두 권의 책으로도 수십만명이 희생된 전쟁 실상을 알렸다. <푸틴의 러시아: 실패한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삶>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이미지는 영역본들).

 



영국 <옵저버>는 폴리트코프스카야가 러시아군 잔학행위만 부각시켰다는 주장도 있지만, 체첸 반군의 잔혹한 전술을 비판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런 활동으로 국내외 여러 언론상을 받은 폴리트코프스카야는 2002년 10월 체첸 반군의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태(*위의 사진) 때 중재를 위해 극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숨지던 날에도 폴리트코프스카야는 체첸 정부의 고문을 폭로하는 기사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폴리트코프스카야는 고문 증거를 확보했다며, 람잔 카디로프 체첸 총리한테 직접 고문당했다는 사람의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폴리트코프스카야는 폭로기사에 대한 경찰 간부의 보복 위협 때문에 2001년 오스트리아로 피신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비행기에서 마신 차 때문에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그와 동료들은 암살 시도로 추정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체첸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자신을 제거하겠다는 위협을 일삼았다고 말해 와,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체첸 정부 중 어느 쪽과 관련됐는지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사건 발생일이 푸틴 대통령 생일이고, 이틀 전이 카디로프 체첸 총리의 생일이라는 점에서 그의 희생이 두 지도자의 ‘생일 선물’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2000년 이후 러시아 언론인 12명이 청부살해로 의심되는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노바야가제타>의 지분 5%를 인수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야만적 범죄”라고 비난했다(*<노바야가제타>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피살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분량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Политковская была честным журналистом

범인이 머리에 권총을 난사한 점이나 희생자 곁에 총을 버리고 간 것은 청부살해의 전형적 흔적이다. 체첸 반러시아 세력과의 화해를 주창하다 1998년 피살된 갈리나 스트로모이바 두마(하원) 의원 피살사건과 이번 사건은 닮았다. 당국은 방범카메라에 잡힌 모자를 눌러쓴 범인의 모습을 단서로 추적에 들어갔다고 밝혔고, 유리 차이카 검찰총장은 수사를 몸소 지휘하겠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적 동기가 담긴 다른 청부살해처럼 이번에도 범행세력의 꼬리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범행세력을 잡는다면 러시아가 아니다).(이본영 기자)

 

 

국민일보(06 10. 09) ‘체첸 참상’ 보도 러시아 여기자 피살

 

러시아의 잔혹한 체첸 지배 등을 고발해온 유명 러시아 여기자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외신들은 주로 러시아 일간지 ‘노바야 가제타’에서 활동해온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48) 기자가 7일 그녀가 거주하던 모스크바 중심부 아파트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경찰관들의 말을 인용,엘리베이터 안에서 권총 한 자루와 탄환 4발이 남겨져 있었다면서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의 온몸에서도 총상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사에 불만을 품은 전직 군인이나 우익단체 회원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는 체첸 내 인권 상황을 집중 보도해 러시아 당국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이후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정부와의 긴장 관계를 계속해왔다. 이 때문에 2001년 10월에는 살해 위협까지 당했으며, 오스트리아 빈으로 망명했다가 귀국하기도 했다. 그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체첸사태 대응과 관련, 정부군의 민간인 인권유린 상황을 비판한 책도 펴낸 적이 있다.

2004년 러시아 북오세티아 공화국의 작은 도시 베슬란에서 벌어진 체첸인에 의한 학교 인질사건 때는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남부행 열차를 탔다 차를 마신 뒤 심각한 식중독 증상을 보여 취재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당시 동료 언론인들은 이 사건이 폴리트코프스카야의 생명을 노린 암살사건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폴리트코프스카야는 2002년 체첸 반군이 모스크바 극장을 완전히 장악해 인질극을 벌일 당시 체첸 무장세력의 특별 요청을 받아 정부와 중재활동에 나서기도 했으며 2001년 러시아 언론상인 아르촘 보로비크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1980년 옛 소련 치하의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졸업한 뒤 공산당 기관지 이즈베스티야에 입사, 26년째 언론인으로 활동해 왔다.(신창호 기자)

 

 

06. 10. 08-09.

 

 

 

 

 

 

 

 

 

P.S. 시간이 나면 그녀가 쓴 기사와 피살과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국내에는 체첸 관련 단행본이 단 한권도 출간돼 있지 않다. 한 장이 할애돼 있는 <전쟁의 풍경>(실천문학사, 2004)을 제외하면).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그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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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시아 인권운동가의 죽음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09-07-18 22:09 
    러시아의 여성 인권운동가가 또 피살됐다. 2006년 피살된 여기자 폴리트코프스카야의 친구이기도 하다고. 러시아 인권과 법치주의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사건이어서 음울하고도 씁쓸한 소식이다. 어제 읽은 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9. 07. 17) 체첸 비판 러시아 인권운동가 또 피살 체첸의 인권 실태를 비판해온 러시아의 여성 인권운동가가 또다시 피살됐다. 영국 BBC방송 등은 15일 체첸 인권단체 ‘메모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