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찾는 일에 비하면 책을 읽는 건 일도 아니다. 오늘도 그렇게 투덜거린다. 휴일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우리의 예외적인 연휴는 이제 평범한 연휴로 바뀌었다) 필요한 책을 제때 찾지 못해서 애를 먹었다. 아니 먹고 있다. 몇권은 찾았고 또 몇권은 오리무중.

그런 가운데 눈에 띈 책들을 같은 부류로 모아놓기도 했는데 ‘이타주의자‘를 제목에 달고 있는 책 세 권이 그렇다. 주제 서평을 쓴다면 거리가 될 만한데(이타주의를 주제로 한 책은 훨씬 더 많지만),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부키), 김학진의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갈매나무), 그리고 슈테판 클라인의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웅진지식하우스) 등이다.

같이 꽂아두려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헌사를 읽게 되었는데 ˝당신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라고 저자가 존경의 뜻을 표한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구소련의 공군장교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1939-2017)다. 바로 지난달 말에야 뒤늦게 부고가 전해졌는데(지난 5월에 세상을 떠났다 한다), 그가 특별히 존경의 대상이 된 건 핵전쟁을 막은 숨은 의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있었던 건 1983년 9월 26일이었다(9월 26일은 ‘페트로프의 날‘이라고 기리는군). 당시 소련의 핵방공관제센터의 당직사령이었던 페트로프 중령은 미국이 핵미사일 5기를 발사했다는 위성조기경보를 포착하고 대응에 고심한다. 소련도 대응조처로 핵미사일을 발사했다면(실제로 군수뇌부는 반격을 시도하려 했다고) 말 그대로 핵전쟁이 벌어졌을 것이고 지구는 종말을 고했을 것이다.

5분간의 긴박한 고심끝에 페트로프는 시스템오류로 결론지었고 실제로 새로 교체한 경보시스템이 햇빛 반사광을 미사일 반사광으로 오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사람의 신중한 판단이 세계를 구한 것이다. 정작 그의 의로운 행동은 당시 관제센터 사령관의 회고록을 통해서 뒤늦게(1998년) 알려지고 페트로프는 서방에서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그 자신은 겸손하게 자기 할일을 했을 뿐이라고 거듭 말했음에도. 아, 2015년에는 <세상을 구한 남자>라는 다큐영화도 만들어졌다.

올해 노벨평화상이 반핵단체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에 돌아간 것과도 관련해서 페르토프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몇자 적었다(북한과 미국의 핵단추는 누가 관리하는가?). 그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사진 두 장을 옮겨놓는다. 이제<냉정한 이타주의자> 등은 다시 책장 한 구석에 꽂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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