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노벨상의 계절이다. 노벨상의 꽃으로도 불리는 문학상은 관례대로라면 내주 목요일쯤 발표될 예정인 걸로 아는데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후보들이 매번 쓴잔을 마셨던 '관행'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의외의 다크호스가 등장하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노벨문학상 얘기를 꺼내자고 한 건 아니다.  '북데일리'의 '세계의 책' 코너를 오랜만에 훑어보다가(한동안 활발하게 기사가 올라오던 이 코너는 현재 '개점휴업중'이다) 작년도 전미도서상 픽션부문을 수상한 <유럽센트럴>에 다시 눈길이 갔다.

연휴의 막간에 잠시 수다를 늘어놓자면, 작년 12월쯤인가 우연히 기사를 읽고서 나로선 생소한 작가 (하지만 '젊은 거장'이라는) 윌리엄 폴만(1959- )의 책들을 두어 권 아마존에서 구입한 기억이 있다. 물론 <유럽센트럴>을 포함해서. 부담스런 분량 때문에 국역본이 곧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미국내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상의 하나인 전미도서상도 아직까지 한국의 독자나 시장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란 사실만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혹 관심있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거의 1년 전 기사를 여기에 옮겨놓는다.    

북데일리(05. 11. 21) 소설 '유럽센트럴' 전미도서상 수상

미국 현대문학의 다크호스로 알려진 윌리엄 T. 폴만(46)의 소설 <유럽센트럴>(바이킹. 2005)이 올 전미도서대상 픽션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내셔널 북 기금'이 주관하는 전미도서대상은 미국에서 매년 픽션, 논픽션, 시, 아동문학 4부문에서 매년 뛰어난 문학작품을 저술한 작가들에게 주는 문학상으로 퓰리처상과 함께 미국의 가장 큰 문학상 가운데 하나다.

폴만은 픽션과 저널리즘의 서술 기법을 차용해 작품의 독창성과 대담한 묘사로 독자와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어 왔다. 추리소설을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쓰거나 창세기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폴만은 "예술을 위해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적인 장르에서 영혼을 불러내는 작품을 쓸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유럽센트럴>의 37개 에피소드는 2차대전을 전후한 당시 나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의 광신적인 유럽 통치체제를 그리면서 이에 대항했던 알져지지 않은 저항사를 복원시키고 있다. 폴만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소설은 인상깊은 스토리라인을 특징으로 하면서 각 에피소드는 연대순으로 나열돼 소설의 구성을 완성시키고 있다. 2차대전이 발발하기 전 정치체제부터 독일의 급부상, 동쪽으로는 러시아의 반격 그리고 동서체제로 나뉜 베를린의 냉전으로 끝을 맺는다.

20세기 소련과 독일의 호전적인 권위주의 정치문화에 눈을 돌린 폴만은 전쟁이 가져다 준 비극에 대한 인간의 행위와 저항에 초점을 맞춘다.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혹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한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전쟁의 극한 상황에서 내려야만 했던 윤리적인 판단과 목숨을 건 결단을 비교하고 대조시킨다.

특히 시인과 미술가 등 예술가들이 겪어야 했던 고뇌와 갈등도 눈길을 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소련 작곡가 드리트리 쇼스타코비치, 그와 그의 작품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공격했던 스탈린주의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쇼스타코비치와 엘레나 콘스탄티노프스카야, 영화감독 로만 카르멘 사이의 삼각관계도 다루었다.

나치친위대 SS장교인 쿠르트 게르슈타인의 생은 보다 극적이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을 모집했던 임무를 맡았지만 게르슈타인은 전세계에 나치포로수용소의 위험성 경고했다. 케테 콜비츠(독일 여성판화가), 안나 아흐마또바 (러시아 여류시인), 마리나 쯔베따예바(러시아 여류시인), 반 클리번(미국 피아니스트) 등 당시 예술가에 얽힌 에피소드 담아냈다.

소설의 중심적인 배경은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을 알리는 바르바로사 작전, 스탈린그라드와 쿠르스크 전투에서 독일군의 패퇴 과정이다. 전쟁의 역사 속에서 상처와 고통을 입은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폴만은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로 전쟁의 역사 속에 묻힌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06. 10. 06.

 

 

 

 

P.S. 대략적인 줄거리만으로 '이거다!' 싶은 소설이었다. 문학의 죽음이나 종언론 따위가 엄살이라는 보여주려면 이 정도의 스펙타클은 써줘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소설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일컬어지는 '제1세계'에서 아직까지 이런 문학의 씌어진다는 사실이 (좁은 견문에) 다소 의외였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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