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읽은 독자는 많지만 그곳의 배경이 멜크수도원이라는 것까지 기억하는 독자는 드물다. 나 역시 그랬다. 사실 ‘중세의 한 수도원‘으로 기억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멜크수도원을 둘러본 이상 그 이름을 기억하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다.

어제 빈에서 프라하로 이동하는 중에 오전에는 멜크수도원에 들렀고 오후에는 체스키크룸로프를 거닐었다. 점심식사는 크룸로프에서 체코식으로. 멜크수도원에 대한 첫인상은 두 가지인데, 굉장히 크다는 것과 아주 밝은 분위기라는 것. 날씨가 화창해서인지 몰라도 소설과 영화에서와 같은 어둡고 미스터리한 느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여기가 맞아?‘란 의심이 들 정도.

그다음 인상은 ‘이곳도 성이구나‘라는 것. 중세에는 영주의 성만 있었던 게 아니라 성직자들의 성도 있었던 것이니 외양은 다를지 몰라도 주변 마을 위에 군림하는 존재였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둘다 권력의 형상인 것. 세속 권려고 종교권력. 서로 대립하기도 했지만 이 둘은 오랫동안 짬짜미를 하면서 중세의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수도원‘이란 우리말의 어감을 교정하게 해준 게 멜크수도원이었다.

주변 경관은 영주들의 성 못지않게 아름다웠고 전세계에서 찾아온 방문객(관광객)도 예상보다 많았다. 중국팀 외에 러시아인지 우크라이나인지에서 온 팀도 있었다. 유럽팀은 대부분 노인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가톨릭신자들의 순례지인지도. 몇장의 사진을 올려놓는다. 마지막 도서관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이다(멜크가 유명한 것은 도서관 때문인데 가이드에 따르면 장서수가 10만권에 이른다). 수도원은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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