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상태가 다시 회복되어 '이주의 책'을 고른다(마이리스트는 북플로 쓸 수 없으니). 역사 분야의 책들로 골랐는데, 타이틀북은 윌리 톰슨의 <20세기 이데올로기>(산처럼, 2017)다. "20세기의 지배적 정치 이데올로기였던 자유주의, 보수주의, 공산주의, 파시즘을 조명한다. 20세기 중에서도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이 자신의 저작 <극단의 시대>에서 '극단의 시대'라고 명명했던 1914년부터 1991년까지, 즉 제1차 세계대전 발발에서부터 소비에트 블록의 붕괴에 이르는 시기까지를 다룬다." 말 그대로 이데올로기론의 교과서 같은 책. 이번 가을에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도 강의에서 다룰 예정인데, 그 '에피타이저'로 읽어보려 한다.
두번째 책은 오노 히로유키의 <채플린과 히틀러의 세계대전>(사계절, 2017). 제목에서 바로 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떠올리게 되는데, 예상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영화 <위대한 독재자>의 상세한 제작 과정을 좇으며, 이 문제작을 둘러싸고 벌어진 거대한 싸움을 추적해나간다. 저자인 오노 히로유키는 채플린가(家)에 보관된 메이킹 필름과 채플린이 직접 남긴 1만 쪽에 달하는 메모, 제작 일지, 편지, 당시의 신문 기사, 그리고 독일연방 영화 아카이브와 뮌헨 현대사연구소에 남겨진 제3제국 기록물 등을 꼼꼼히 확인한 끝에 2차 세계대전 개전 전후에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거대한 미디어 전쟁을 복원할 수 있었다."
세번째 책은 샤시 타루르의 <암흑의 시대>(젤리판다, 2017). '약탈과 착취, 폭력과 학살의 시대'이 부제. 제목과 부제만으로는 알 수 없는데, 식민지 시대 인도 이야기다. "저자는 방대한 역사적 기록과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식민 지배 당시의 인도의 모습을 상세히 다루면서 동시에 현대를 살아가는 인도인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 식민지 시대의 역사와 비교해서 읽을 수 있겠다.
네번째 책은 서경식의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나무연필, 2017). '퇴락한 반동기의 사상적 풍경'이 부제다. "일본이란 나라는 조용하면서도 섬세하고 예의 바른 듯하면서도 동시에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지워내려 하며 보수화로 치닫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조선인 서경식은 이 양가적인 이미지 가운데서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본다. 이번 책에서는 한일 양국 간에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들을 조명하면서 동시에 왜 이렇게 일본이 보수화,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설혜심의 <소비의 역사>(휴머니스트, 2017)다. 흥미로운 주제의 책들을 펴내온 저자가 <그랜드 투어>(웅진지식하우스, 2013) 이후에 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지금껏 어떤 역사가도 주목하지 않은 익숙한 물건과 공간, 그리고 '소비'라는 인간의 행위와 동기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내밀하고 다층적으로 살피며, '사람'과 '생활'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역사를 들려준다.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상품의 역사는 물론, 약장수와 방문판매, 백화점과 쇼핑몰 같은 근대적 판매 방식과 공간의 역사도 함께 살피며,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상품이나 불매운동 같은 행위를 통해 '소비'의 이면에 숨겨진 저항과 해방, 연대의 장구한 역사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