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한국문학 강의도 세계문학 강의와 병행하고 있는데, 근대문학의 주요 작가들을 한두 차례씩 다루었고 현대문학도 주요작이나 화제작 중심으로 훑어보고 있다. 다시 읽은 작품도 있고, 묵혀 두었던 걸 비로소 읽은 경우도 있다. 강의를 위해서 관련 논문과 연구서는 물론 여러 종의 문학사도 참고하는데, 장석주의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전5권, 시공사)도 그러한 참고도서의 하나였다(한권이 절판된 탓에 중고로 구한 기억이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장석주가 새로 쓴 한국 근현대문학사>(학교도서관저널, 2017)은 그 압축 개정판이다.
단권인 까닭에 <나는 문학이다>(나무이야기, 2011)의 개정판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자가 서문에서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이 모태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책의 부제가 '이광수에서 한강까지 한국문학 100년의 탐험'인 것은 이 때문인 듯싶다. 저자의 또다른 문학사 관련서로는 <이상과 모던뽀이들>(현암사, 2011)도 있다.
분량이 700쪽에 이르지만 문학사 100년을, 그것도 모든 시, 소설, 희곡을 망라하여 주요 작가들 위주로 다루다 보니 말 그대로 '압축판'이다. 시대별 흐름에 대한 개요가 장별로 포함되어 있지만 분량상으로는 '작가사전'으로 활용하는 게 가장 알맞은 책이다. 다시, <나는 문학이다>가 떠오르는군.
'한국문학 100년의 탐험'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100년이 넘는 시기를 다룬다. 근대문학의 첫 장이 1894년부터 시작된 걸로 보았기 때문이다(작가는 이광수부터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2000년까지인데, 그런 면에서는 1896년에서 2000년까지를 다룬 권영민의 <한국현대문학사>(민음사)와 겹쳐 읽을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작가로는 편혜영과 백가흠을 간략하게 언급했다.
나도 근현대 소설가들을 다루다 보니 이들 문학사 외에 몇 권의 소설사도 기본 공구서로 갖춰놓고 있다. 문학사에 대한 책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주요 작가나 작품론 성격의 책을 내려고 기획중이다. 빠르면 아마 내년쯤에는 책이 나올 수 있다. 인생의 사계에 견주면 이제 10-15년은 수확의 계절이라 바짝 부지런을 떨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장석주가 새로 쓴 한국 근현대문학사>도 저자에게는 그런 의미를 갖는 책이겠다.
덧붙여, 유발 하라리의 책을 연이어 읽은 탓인지 100년이란 시간이 그닥 길어 보이지 않는다. 그 100년 이전에는 근현대문학이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니까. 하기에 올해가 <무정>이 발표된 지 100년이다. <무정>에 관한 강의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다 보니 더 가깝게도 느껴진다. 하물며 진화사에 견주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사나 문화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엄청난 변화의 세기이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문학은 그 변화의 기록이자 증언으로서 의미가 있다...
17. 0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