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지만 실내 온도가 29도(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갔다)가 되면 정상적인 활동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선풍기만으로는 부족해서 간간이 에어컨도 켜고 있지만 근본 대책은 안 된다(에어컨은 30분 이상 켜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은 열대야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을 하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을 겸해서.

 

 

 

뉴스를 보니 오늘 휴가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명경만리> 3부작을 읽고 추천했다고. 2권짜리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에 한 권이 추가되어 3부작이다. 이런 책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고르는 것일까?

 

 

1. 문학예술

 

문학쪽으로는 이번에 500권을 돌파한 문지시인선으로 고른다. 기념시집으로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문학과지성사, 2017)가 나왔고, 그 전에는 인기 시인 심보선의 <오늘은 잘 모르겠어>가 출간되었다. 그 전에 나온 건 서정학 시인의 <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  대략 300권째를 넘어서면서 구매 빈도수가 줄어든 것 같다. 그 이전에는 절반 이상을 구입해서 읽을 듯싶다. 아무튼 젊은 시절에 읽을 시집의 태반이 문지시인선이었기에 500권 돌파를 축하한다. 기념시집에는 75명 시인의 시 130편이 재수록되었는데, 내가 모르는 시인이 딱 2명이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스코어다.

 

 

 

예술쪽에서는 양장본으로 다시 나온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예경, 2017)과 캘리 그로비에의 <세계 100대 작품으로 만나는 현대미술강의>(생각의길, 2017), 그리고 아서 단토의 <미를 욕보이다>(바다출판사, 2017)를 고른다. 휴가지에서는 좀 묵직한 책을 읽어도 된다.

 

 

 

2. 인문학

 

인문서로는 무겁지 않으면서 또 가볍지만도 않은 일본 철학교수들의 책을 고른다. 단골 저자 우치다 타츠루의 <곤란한 결혼>(민들레, 2017)과 <곤란한 성숙>(바다출판사, 2017), 그리고 내가 추천사를 붙인 와시다 기요카즈의 <사람의 현상학>(문학동네, 2017)이다. 이 가운데 <곤란한 결혼>은 '타인과 함께 사는 그 난감함에 대하여'가 부제다. 저자가 철학교수이면서 동시에 합기도인이기도 하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인간관계에 관한 무도인의 조언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 책에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공생의 기술’을 연마하고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40년 넘게 합기도를 수련한 무도인이자, 첫 결혼에 실패하고 십 년 넘게 홀로 아이를 키워보기도 한 인생 선배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역사 쪽에서는 주경철 교수의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휴머니스트, 2017)를 고른다. <그해, 역사가 바뀌다>(21세기북스, 2017)까지 포함하면, '주경철 세트'가 되겠다.

 

 

 

두꺼운 역사 책으로는 프랑스 역사학자들의 <몸의 역사> 시리즈가 있다. 전3권 가운데 이번에 2권이 나왔다. 프랑스 역사학의 장기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책으로는 작년에 나온 <날씨의 맛>(책세상, 2016)도 대표적이었다.

 

 

 

3. 사회과학

 

주진우 기자의 <주지운의 이명박 추격기>(푸른숲, 2017)와 한국사회와 언론의 문제를 짚어본 책으로 MBC 해직기자 박성제의 <권력과 언론>(창비, 2017), 그리고 강준만 교수의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 가운데 <감정동물>(인물과사상사, 2017)을 고른다.

 

 

찾아보니 최승호 PD의 다큐 <공범자들>은 이달 중순 개봉 예정이다.

 

 

 

사회과학 쪽 번역서는 주제별로 골랐다. 존 주디스의 <포퓰리즘의 세계화>(메디치, 2017),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다산초당, 2017), 그리고 조엘 딤스데일의 <악의 해부>(에이도스, 2017) 등이다. 이 가운데 <포퓰리즘의 세계화>는 '왜 전 세계적으로 엘리트에 대한 공격이 확산되고 있는가'를 다룬 글로벌 리포트이다.

 

 

 

4. 과학

 

동물에 관한 책들로 골랐다. 저명한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의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세종서적, 2017)은 "경이로운 동물의 지능에 대한 획기적인 역작"이다. 페터 볼레벤의 <동물의 사생활과 그 이웃들>(이마, 2017)은 "동물의 감정이 인간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 주는 책"이다.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 사이 몽고메리의 <문어의 영혼>(글항아리, 2017)은 문어 관찰자가 바라본 "문어의 삶, 고통, 사랑, 죽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5. 책읽기/글쓰기

 

일본의 작가, 평론가들의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지적인 수다',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현암사, 2017)와 영국의 문학교수 올리버 티얼의 '호메로스에서 케인스까지 99권으로 읽는 3,000년 세계사', <비밀의 도서관>(생각정거장, 2017), 도시건축가 김진애의 독서록 <여자의 독서>(다산북스, 2017) 등이다.

 

17. 08. 06.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생존 작가이지만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필립 로스의 대표작 <미국의 목가>(문학동네, 2017)를 고른다. 최근에 개봉한 이완 맥그리거 감독, 주연의 영화<아메리카 패스토럴>의 원작이기도 하다. 미국 현대사 이야기에 한국 현대사도 겹쳐서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고 영화다. 아직 폭염 속이지만, 벌써 내일이면 입추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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