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실내온도가 29도가 되었다. 7월에는 28도로 거의 고정이었다가 불볕더위가 시작되자 보조를 맞추듯이 온도가 올라갔다. 책 몇권을 주섬주섬 챙겨서 동네 카페로 피서를 나올 수밖에.

몇권의 책 가운데는 다음주에 강의할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 2014)도 들어 있다. 마침 이번주에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도 나왔는데 수상작이 황정은의 <웃는 남자>(은행나무, 2017)다. 황정은은 이미 <백의 그림자>로 한국일보문학상을, <계속해보겠습니다>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에 대한 문단의 지지는 확고하다. 한국문학의 한 미래라는 것.

초기의 몇몇 단편 외에 내가 읽은 건 <백의 그림자 >(민음사, 2018)였는데 무엇이 ‘황정은표‘ 소설인지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나는 좀 유보적이었는데 적어도 내가 아는 ‘소설‘과 맞지 않아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아름다운 문장이란 건 소설에서 부차적이다( 발자크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문장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문장이 이끌고 가는 소설이란 대개 ‘생각‘이 없는 소설들이다).

작가나 작품을 이해할 때 내가 즐겨 쓰는 것은 계보도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황정은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러시아문학에서 쓰는 용어로는) ‘작은 인간‘의 묘사에 있다. 아니 묘사라기보다는 제시라고 해야 맞겠다. 구체적인 디테일은 생략돼 있으니. 한국문학에서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난장이 가족이 대표적인 ‘작은 인간‘이었다. 그 작은 인간의 새 버전을 제시한 점이 황정은 소설에서 내가 주목하는 점이다.

새 버전이라면 반복과 차이가 있다는 것. 무엇이 반복되고 있으며 어떤 차이가 생산되고 있는가. 황정은 소설을 읽는 나의 관심사다.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카페에서 지금 읽은 대목까지는, 기대를 넘어서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황정은, 내가 예상하는 황정은이 특유의 문장과 장면들에서 반복되고 있다. 잠작에는 마지막 문장까지 그러할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계속해보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는데.

다만 소설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건, 기대할 수 있는 건 이제 황정은이야, 라고 한다면 좀 당혹스러울 것 같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는 새로운 발견도, 인식도 아니다. 황정은은 또다른 황정은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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