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책 두 권은 중국과 일본의 두 석학의 초기작이다. 리쩌허우의 <비판철학의 비판>(문학동네, 2017)과 하스미 시게히코의 <나쓰메 소세키론>(이모션북스, 2017). <비판철학의 비판>의 부제는 '칸트와 마르크스의 교차적 읽기'인데(이건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이 아닌가!) 1976년에 초고를 완성하고 1979년에야 마침내 펴낼 수 있었다는 책이다. 일단 칸트 철학에 대한 중국학자의 비판적 독해와 해석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게 아닌가 싶고, 그 저자가 '중국사상사 3부작'으로 유명한 리쩌허우라는 데에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리쩌허우의 책은 국내에 상당히 많이 소개되어 있고(주저들은 거의 다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나도 그 목록에 대해서는 익숙한 편인데(내가 갖고 있는 책도 열 권은 더 되는 듯싶다), <비판철학의 비판>의 존재는 알지 못했다. 아니 이게 칸트와 마르크스를 다룬 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의외이면서 기대가 된다. 


"사상의 암흑기이던 문화대혁명 시절 남몰래 칸트를 읽으며 저술한 <비판철학의 비판>은 세계적인 사상가 리쩌허우의 초기 주저이다. 문혁 막바지인 1976년 지진 대피용 임시 막사에서 초고를 완성하고 1979년 출간된다. 폐쇄적인 지적 환경 속에 눌려 있던 중국 지식인들과 학생들은 칸트 철학과 마르크스주의의 결합을 모색한 이 책에 열광한다. '사상사 3부작' '미학 3부작'으로 이어지는 리쩌허우 사상의 터전이 되었으며 훗날 '1980년대를 열어젖힌 책'이란 평가를 받는다. 가라타니 고진이 칸트와 마르크스를 연결하여 '비판'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한 역작 <트랜스크리틱>을 펴낸 것이 2001년이다. 그보다 20년 이상 먼저 쓰인 이 선구적인 책은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왜곡되고 망가진 마르크스주의를 복원하고 새로운 진화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사상적 분투의 산물이다."


다시 확인해보니 '사상사 3부작'에 이어서 펴낸 '미학 3부작' 가운데서는 <미의 역정>과 <화하미학>이 두 차례 번역되었고, <미학사강>은 아직 나오지 않은 듯싶다. 이런 대작들을 써내기 이전에 출사표에 해당하는 책이 <비판철학의 비판>이었다고 보면 되겠다(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과 누가 비교해서 읽어주면 좋겠다). 해제까지 포함하면 650쪽이 넘는 분량이라 선뜻 손에 들기는 어려운 책이지만, 아무튼 미리 마련한 '겨울 식량' 거리가 될 만하다. 



도쿄대 총장을 지낸 일본의 대표적 영화비평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저작 목록에 <나쓰메 소세키론>도 포함돼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예고도 없이(?) 갑자기 출간될 줄은 몰랐다. 소세키 전집도 나온 김에 가라타니 고진과 에토 준의 소세키론이 번역되면 좋겠다는 기대는 가졌는데, 하스미 시게히코의 소세키론은 의외의 선물이다. 1978년에 펴낸 초기작. 평전 <감독 오즈 야스지로>를 펴낸 건 1983년이다. 일본의 대표 작가와 대표 영화감독에 대해 각각 책 한 권씩 쓴 것은 대표 비평가답다(희망을 적자면, 그의 책 중에 <마담 보바리론>(2014)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아무튼 무더위 속에서도 두 대가가 현재의 나보다 더 젊은 나이에 낸 책 두 권을 접하게 돼 덩달아 젊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기쁜 마음에 '오늘의 발견'을 한달음에 적었다...


17. 08.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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