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고전 강의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지라 새 번역본뿐 아니라 참고가 될 만한 책들은 모두가 수집 대상이다. '참고' 도서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으니 직접적/간접적이란 수식어를 덧붙일 수도 있겠다. 직접적인 참고도서들이 요즘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 이번 주만 하더라도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돈키호테 성찰>(을유문화사, 2017)과 너새니얼 필브릭의 <사악한 책, 모비딕>(저녁의책, 2017)을 꼽을 수 있다.
20세기 스페인의 대표 철학자로서 오르테가의 주저는 <대중의 반역>과 <예술의 비인간화> 등이다. 하지만 그의 숨겨진 책 가운데 <돈키호테 성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사실은 예전에 문고본으로 한번 나왔던 책이다. <돈키호테의 성찰>(을유문화사, 1976). 오래 전에 내가 읽은 판본이기도 한데, 같은 출판사에서 아주 오랜만에 다시 나오면서 역자가 바뀌었다.
"<돈키호테>를 성찰하며 돈키호테가 추구하는 '개인주의 탈피와 물질주의 지양 그리고 그의 불굴의 의지'를 따라야 할 모범적 정신으로 제시하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에세이. '니체 이후 최고의 작가'라 불리는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원천이 되는 작품으로, 오르테가는 돈키호테라는 영웅을 통해 '세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을 제시한다. <돈키호테>를 해설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돈키호테주의(세르반테스주의)를 다룬다."
<돈키호테> 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해에는 주로 열린책들판으로 강의했는데(맨 처음 강의할 때는 창비판을 이용했다), 안 그래도 오르테가의 책이 생각나서 영어판까지 백업용으로 구해놓은 터다. 비록 강의시에는 다시 읽어보지 못했지만(안영옥 교수의 <돈키호테를 읽다>는 참고했다), 이번에 새 번역본이 나온 김에 늦게라도 재독해볼 참이다(을유문화사판으로도 <돈키호테>가 새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혹 <돈키호테>는 아니더라도 현재 절판된 상태인 <모범소설>은 다시 나오면 좋겠다. <돈키호테 성찰>의 역자 신정환 교수가 공역자로 참여한 책이기도 하다. 이런 책의 재출간이야 출판사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강의에서 다시 읽은 또 다른 고전은 멜빌의 <모비딕>이다. 지난달에 강의가 끝나고 나서 ('마무리 운동'과 비슷하게) '마무리 독서'용으로 안 그래도 멜빌 관련서 몇 권을 구한 참인데(번역되지 않은 그의 초기작들과 전기류), 읽어볼 만한 책이 한 권 뒤늦게 나왔다. 앞서 말한 <사악한 책, 모비딕>이 그것이다. 열혈 <모비딕> 독자의 애정 고백이자 가이드북.
"멜빌이 <모비 딕>을 탈고한 후 너새니얼 호손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목을 딴 <사악한 책, 모비 딕>은 <모비 딕>을 읽기 전후에, 혹은 <모비 딕>과 같이 놓고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돌아버릴' 정도로 많은 '곁가지'에 담긴 의미를 하나하나 드러내고 밝히는 동시에, 독자가 자연스럽게 <모비 딕>이라는 위대한 소설에 도전할 수 있도록 고무하고 격려하는 최상의 입문서이자 그 자체로 빼어난 문학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같은 저자의 대표작으로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기도 한 <바다 한가운데서>(다른, 2015)도 같이 구입했다.
필브릭의 책은 <모비딕>을 새로 읽거나 다시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참고가 되겠다. 현재 <모비딕> 추천 번역본으로는 작가정신판과 열린책들판이 있다(강의에서는 작가정신판을 썼다).
그밖에 참고도서로 국내 전공자의 <모비딕> 해설서와 함께 철학자 휴버트 드레이퍼스 등이 쓴 <모든 것은 빛난다>(사월의책, 2013)을 참고할 수 있다.
내년 봄에는 19세기 미국문학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며 멜빌의 작품으로는 그의 대표 중단편들을 읽으려고 한다. 그렇더라도 <모비딕>에 대한 언급은 없을 수 없겠기에, 이번에 구한 책들을 틈틈이 읽어봐야겠다.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지만, 고전 읽기는 끝이 없으니 '무한 독서'요 '독서 무한'이다. 우리가 <돈키호테>, 그리고 <모비딕>을 반복해서 읽는 이유다...
17. 0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