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한 지 30년, 대학에서 강의한 지 20년이 된 터라(강의를 몇 학기 쉰 적이 있고, 일정상 다음 학기에는 대학강의를 맡지 않지만) 대학 관련서들도 가끔씩 눈여겨 본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파커 파머가 공저자로 참여한 <대학의 영혼>(마음친구, 2017)이 있다. 파커 파머는 <가르칠 수 있는 용기><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등의 책으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교육운동가다.  

 

"베스트셀러 <가르칠 수 있는 용기>의 저자로 가르침과 배움의 역동, 교사와 학생의 내면 풍경, 인간 영혼에 관한 심도 깊은 탐구로 우리 시대 ‘영혼의 교육자’로 불리는 파커 파머와, 물리학 교수이자 자기 성찰적 교육학의 선구자로 30년 넘게 현대 물리학과 인문학, 다양한 명상 전통의 교차 지점에서 연구하고 가르쳐온 아서 자이언스가 함께 썼다. 저자들이 말하는 통합 교육이란, 학생·교사의 외면과 내면이 분열되지 않도록 가르치는 교육, 학생들을 그저 채워야 하는 ‘빈 그릇’이 아니라 통합된 전인적 인격체로 보고 그가 인간임으로 해서 갖는 삶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물음에 응답하는 교육이다."

 

순전히 제목의 연상 효과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 <대학의 영혼>이 떠올리게 한 책은 스탠퍼드 법대 교수인 데버러 로드의 <대학의 위선>(알마, 2015)이다. 당초 <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알마, 2011)이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이다(저자의 다른 책으론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이 있다). "누구나 짐작은 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던 대학 내부의 문제를 들춰 보여준다. 고등교육, 역사, 법, 사회학, 경제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면서 대학교수들의 ‘지위의 추구’가 어떻게 ‘지식의 추구’를 훼손하는지 고발한다."

 

<대학의 영혼>과 <대학의 위선>이 각각 대학교육의 이상과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고 할까. 다른 한편으로 소위 '고등교육'이라는 게 반드시 대학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으면서, 대학 바깥에서의 고등교육 문제도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겠다 싶다(나부터도 도서관과 문화센터 등에서 학부 교양과 대학원 수준의 강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참고할 만한 책은 독자적인 공부론을 계속 개진하고 있는 엄기호의 신작 <공부 공부>(따비, 2017)다.

"저자 엄기호는 ‘공부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공부의 목적은 효용을 다했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면 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새로운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 이데올로기에 포박된 공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를 파괴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를 배려하고 돌보는 공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부의 전환'은 누가 할 수 있고 누가 해야 하는가. 대학도 그 한 주체가 아닌가. 대학이 어떤 곳이고 나는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채 수십 만의 학생들이 대학 신입생이 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듯이, 우리도 대학과 대학 공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대학 문제를 다룬 번역서뿐 아니라 한국 대학의 문제점과 과제를 짚은 책들도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17.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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