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주의 고전'을 고른다(생각해보니 그간에 너무 뜸했다). 러시아 작가 이반 부닌의 대표작 <아르세니예프의 생애>(문학동네, 2017)다. 이미 나왔던 책이지만 이번에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왔다. 강의에서도 좀더 폼나게 다룰 수 있겠다. 


 

"193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톨스토이, 악사코프, 고리키의 자전적 3부작과 비견되는 저자의 대표작이다.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명멸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과장 없이 그려낸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전통적 의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삶과 사랑, 죽음과 존재에 대해 고찰하는 한 편의 철학적·미학적 에세이에 가깝다. 저자는 쉰 살이 되던 1920년에 ‘내 삶에 대한 책’의 집필을 구상하고 1927년 본격적인 집필에 착수, 1933년에야 완성되어 최초의 완전한 판본이 출간되었다. 서정적이며 시적인 필치와 투명하고 생생한 자연 묘사, 인생의 보편적 요소에 대한 통찰이 잘 어우러진, 저자의 작품세계가 집약된 대표작으로 꼽힌다."

알려진 대로 부닌의 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다. 하지만 러시아혁명에 반대해 1918년에 망명한 터라 소련에서는 터부시된 작가이기도 하다. 부닌의 작품으론 단편집 <어두운 가로수 길>, <마을>, <수호돌> 등의 작품이 유명하고 한국어로도 번역됐었다(지금은 대개 절판된 상태). 그래도 <아르세니예프의 생애>를 대표작으로 다룰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비교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한편으론 '예술가 소설'로서 후배 작가 나보코프의 <재능>과도 비교될 만하다. 


 

내년쯤에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에 대한 강의도 진행해보려고 하는데(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까지도 고려해봐야겠다),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의 '서플먼트' 정도로 꾸려질 수 있겠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작품으로는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의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을유문화사, 2010)와 유리 트리포노프의 <노인>(을유문화사, 2017) 등도 포함하면 좋겠다. 물론 더 좋은 건 그 사이에 몇 작품이 더 번역돼 나오는 것이다...


17. 07. 15.

 

 

 

P.S. 소위 '예술가 소설'로서 <아르셰니예프의 생애><재능>과 비교할 수 있는 작품으론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와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더 꼽을 수 있다. 두 작품은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다루고 있는데, <닥터 지바고>의 새 번역판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게 아쉽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인 올해에 책이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사정을 알아보니 그냥 공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책에서 인용한 열린책들판은 현재 절판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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