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출신의 러시아 작가, 혹은 러시아어로 소설을 쓰는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1961- )의 작품이 번역돼 나왔다. <펭귄의 우울>(솔출판사, 2006)이 그것. 저명하다고는 하나 러시아 문학의 근황에 어두운 나로선 쿠르코프란 작가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몇몇 자료들을 뒤적거려보았다. 출판사와 알라딘의 책 소개 등을 자료로 하여, 이 또 다른 문학의 세계를 잠시 엿보기로 한다.  

-구소련 해체 이후, 가장 뚜렷하게 서구인들에게 현대 러시아문학을 각인시킨 작가로 꼽히는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대표작. 간명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는 소설로, 소비에트 붕괴 후의 혼란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정치와 사회를 과감하게 풍자하고 추리소설과 판타지, 순문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작가. <펭귄의 우울>에서는, 한 나라와 한 시대가 아닌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일반적인 소시민들의 삶을 그린다. 무표정한 얼굴, 뒤뚱뒤뚱 우스꽝스럽게 걷는 애완동물 펭귄은 이들의 우울한 일상을 대변한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고 자본주의 물결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작은 도시 키예프. 주인공 빅토르는 여자 친구가 떠나가버린 후, 우울증 걸린 펭귄 '미샤'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특별한 청탁이 들어온다. 키예프의 유명 신문에 언젠가 죽을, 미지의 인물들을 위해 조문을 쓰는 것. 그러나 이 요청을 수락함으로써 빅토르와 미샤는 더이상 도망갈 수 없는 함정으로 빠져든다...

이어서 출판사쪽 소개: 우리에게 러시아문학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로 대변되는 19세기문학 이후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20세기 문학이 물론 두 작가만큼 소개된 건 아니지만,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소비에트 해체 이후와 아무래도 혼동한 듯하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구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문학이 활발하게 번역되기 시작했는데, 그중 가장 뚜렷하게 서구인들에게 현대 러시아문학을 각인시킨 작가가 우크라이나 출신의 안드레이 쿠르코프다(*최상급은 언제나 과장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뚜렷하게 각인시킨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정치와 사회를 과감하게 풍자하고 추리소설과 판타지, 순문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그의 소설들은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에스파냐어, 네덜란드어, 터키어 등으로 번역되었다(*군대에선가 일어 통역원으로도 근무한 적이 있다고. 감옥의 간수 경력도 갖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능력을 발휘해 수십 여 편의 예술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그는 베를린 영화제 심사를 맡기도 했으며, 우크라이나의 한 주간지에 ‘2005년 우크라이나를 움직이는 사람 100명’에 선정될 만큼 이미 자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 중 이 책 <펭귄의 우울>은 일본에서도 번역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대표작이다(*아래가 일역본의 표지).

(*) 한편 영역본의 제목은 <죽음과 펭귄>이며, 원저의 제목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빙판으로의 소풍>이 아닌가 싶다(이걸 확인해볼 시간이 지금은 없다).


-간명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우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유머 있게 풍자하는 <펭귄의 우울>은 소비에트 붕괴 후의 혼란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빅토르를 통해 한 나라와 한 시대가 아닌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일반적인 소시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무표정한 얼굴, 뒤뚱뒤뚱 우스꽝스럽게 걷는 애완동물 펭귄 또한 쿠르코프가 그리고자 하는 우울한 일상을 대변한다.

-부산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양민종 교수는 '추천의 글'을 통해 “포스트 소비에트 소설은 ‘철학’이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켰다. 눈을 뜬 다음 잠자리에 들 때까지 헤겔, 마르크스-레닌을 거쳐 과학적인 사회주의에 이르는 철학의 과잉공간에서 살다가 비로소 해방을 맞았으니 이해할 법하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면서도 보편성을 띤 소설로 진화한 작품”이면서 “독자에게 글 읽는 즐거움을 주는”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 내리게 하는 마법을” 가졌다고 말하고 있다.

-옮긴이이자 소설가 이나미는 “서사 면에서 스토리 전개가 매우 속도감 있고, 문장도 간결하면서 흡인력이 있고,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기 위치에서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마지막까지 역할을 충실히 한다. … 소설 곳곳에서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지며, 초현실적이고, 블랙 코미디적 요소와 아이러니가 적절하게 가미되어 읽는 재미와 함께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고 평하고 있다(*그 여운에 당신도 한번 동참해 보시길).

06. 09. 01

P.S. 그러니까 지난 90년대 이후 쿠르코프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로 보인다. 그처럼 우크라이나인이면서 러시아어로만 작품을 쓴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이다. "우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유머 있게 풍자"한다고 하면 고골의 적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작가의 상륙을 환영한다. 쿠르코프-펭귄에게 주는 주의! 한국이란 나라도 상당히 미끄럽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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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1 1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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