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읽을 만한 책'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줄리언 제인스(1920-97)의 <의식의 기원>(연암서가, 2017)를 뒤늦게 펼쳐보았다. 며칠 전에 주문했던 원서를 받았기 때문. 사실 한길사판도 오랜 동안 읽으려고 벼르던 참인데 연암서가판으로 다시 나왔다(번역상의 차이는 없어 보인다). 저자는 1960년대부터 1990년까지 프린스턴대학에서 심리학을 강의한 심리학자로 동물심리학을 연구하다가 인간 의식의 문제로 시야를 확장하고 1978년 <의식의 기원>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의식의 기원 문제들 다른 핵심 저작인 셈.

 

"20세기가 낳은 가장 의미 있는 학문적 성과로 평가 받아온 <의식의 기원> 개정판. 의식에 대한 기존의 여러 견해, 즉 의식이 물질의 속성이라거나 원형질의 속성이라거나, 혹은 경험·학습·추론·판단의 다른 이름이라는 견해는 물론, 의식을 인과적 영향력이 없는 단순한 부수현상으로 보는 견해가 모두 기각된다. 그 대신 인간의 옛 정신체계는 양원적(兩院的, Bicameral)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의식은 인류 역사의 한 특정 기점이었던 정신의 양원적 구조의 소멸 시기와 연계되어 있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편다."

 

의식의 수수께끼와 관련해서는 인지과학이나 뇌과학자들의 연구가 강세이지만, 고전적 저작부터 차근히 읽어보려고 길버트 라일의 <마음의 개념>(1949)와 함께 줄리언 제인스의 책을 구한 것. 이 책들을 독파하면 대니얼 데닛의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옥당, 2013)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식(마음)의 문제는 유구한 문제이지만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 건 유발 하라리의 책들 때문이다. 의식과 지능은 분리가능하며 앞으로 세계는 의식 없는 지능, 비유기적 알고리즘이 지배하게 될 거라는 그의 전망은 아주 강력하다(철학자들과 달리 하라리는 이 모든 쟁점을 아주 쉽고도 명쾌하게 제시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호모 데우스>(김영사, 2017)와 함께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 2012)과 마이클 가자니가의 <뇌로부터의 자유>(추수밭, 2013)도 참고할 만하다.

 

 

그런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눈길이 간 책이 사이 몽고메리의 <문어의 영혼>(글항아리, 2017)다(하라리라면 제목의 '영혼'이 잘못 되었다면 '문어의 알고리즘'으로 교정했을 것이다). 저자는 돌고래, 유인원, 돼지 등 동물과의 교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논픽션 작가다. 국내에도 <유인원과의 산책><돼지의 추억><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등이 출간되었는데, 현재는 대부분 절판된 상태다. <문어의 영혼>(2015)이 그의 신작.

"전미 베스트셀러 작가 사이 몽고메리의 최신 과학 에세이. 아쿠아리움의 정식 ‘문어 관찰자’가 되어 만난 문어들은 사람들을 호기심 넘치게 바라보고, 빨판이 달린 팔로 다정하게 감으며, 때로 장난스럽게 물벼락을 끼얹고, 무엇보다 사람과 교감할 줄 아는 영리한 생물들이었다. 이 책은 몽고메리가 수족관과 바다를 누비며 그들의 놀라운 영혼을 탐구한 기록으로, 그가 목격하고 함께한 문어의 삶, 고통, 사랑, 죽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개를 보면 문어의 영혼(알고리즘)에 대한 과학적 해명을 시도한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 의식의 문제와 견주어 참고할 만하다...

 

17.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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