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소설 가운데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고리키 파크>(네버모어, 2017)에 눈길을 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하나는 물론 제목 '고리키 파크' 때문이고(모스크바 도심의 공원이다) 다른 하나는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다. 찾아보니 <고리키 파크>(우아당, 1988)라고 한 차례 번역된 적이 있다. 그때 읽은 건 아니지만 여하튼 제목이 낯설지는 않은 것.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영국추리소설가협회(CWA)에서 수여하는 골드대거를 수상한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범죄소설. 이야기는 모스크바의 고리키 공원에서 사망시각도, 신원도 확실히 알 수 없는 시체 세 구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공원에서 발견된 시체들을 수사하게 된 주임 수사관 아르카디 렌코는 KGB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수사를 진행한다. 조금씩 모아지는 작은 단서들을 쫓던 아르카디 렌코는 반체제 성향의 영화사 직원, 미국인 사업가, 이콘 밀수업자 그리고 타국의 형사 등과 얽히게 되면서 고리키 공원 살인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작가나 주인공, 혹은 장르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배경공간 때문에 '렌코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고리키 파크>(1981)가 첫 작품이었고, 이후에 나온 시리즈 가운데 <북극성>(김영사, 1991)과 <레드 스퀘어>(영림카디널, 1993)는 소개된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나온 <고리키 파크>가 인기를 끌면 이 나머지 책들도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고리키 공원은 정문이 유명한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한번 들러본 것 같기도 하다.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혹 다음에 모스크바에 갈 일이 생기면 한번 찾아가볼까 싶다. 



'고리키 파크'는 물론 작가 막심 고리키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소비에트 문학의 이 간판 작가에 대해서는 이번에 낸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7)에서도 당연히 다루고 있는데, 주로 <어머니>와 희곡 <밑바닥에서>, 단편집 <은둔자> 등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거기에 더 보태자면 영화로도 만들어진 자전 3부작 <어린시절><세상 속으로><나의 대학>도 번역돼 있으므로 일독해봄직하다. 



아,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이라고 하니,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노블마인, 2015) 시리즈도 생각난다. 이 역시 영화 개봉에 맞춰서 2년 전에 개정판으로 나왔었다(나는 영화만 보고 책은 아직 읽지 않았다). 이 시리즈에서도 모스크바는 (당연하지만) 주요 공간적 배경이다. 러시아 작가들의 소설과 서구 작가들의 범죄소설에서 동일한 공간이 어떻게 표상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이런 비교는 누가 하는 것인가...


17. 05. 06.


P.S. 사회주의 시절 모스크바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1979)이다. DVD는 품절된 모양인데, 1970년대식 러시아 코미디(로맨스)의 매력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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