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개정판을 낸 역사학자와 디자인학자, 그리고 일본의 젊은 철학자다. 먼저, 마키아벨리 권위자인 곽차섭 교수가 <미시사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00)의 개정판을 펴냈다. <다시, 미시사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17). 50쪽 가량이 증보된 '확대개정판'이다.
"<다시, 미시사란 무엇인가>는 <미시사란 무엇인가>의 확대개정판이다. 초판에 담겨 있던 미시사 입문 글들 외에 2000년대 이후 역사서술과 전망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미시사'의 진전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글을 추가했다. 또한 한국학계에서 미시사가 어떻게 전유되어왔는지를 살피는 글도 보충했다."
초판을 손에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덧 17년 전이다. 더불어, 한때 미시사 관련서가 쏟아져 나오며(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이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힌 듯싶다) 화제가 되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미시사의 진전과 변화 및 한국학계의 수용/전유 과정도 살펴본다고 하니 다시, 관심을 갖게 된다.
용어는 좀 생소하지만 디자인학자 김민수 교수도 <한국 도시디자인 탐사>(그린비, 2017) 개정판을 펴냈다. 분량으로 봐선 2009년판의 재간본에 가깝다.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하고, 이어 공공디자인 사업을 시작하며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지명된 이후 지자체마다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다. 디자인이 도시 경쟁력이 된다는 경제적 판단 덕분이다. 그러나 디자인에는 삶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함을 전작 <필로디자인>(그린비, 2007)에서 되새겨 준 김민수 교수는 공공디자인 열풍과 뒤섞여 불어오는 개발주의 광풍 속에 참된 도시정체성은 실종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 도시디자인 탐사>에서 김민수 교수는 안정되고 쾌적하게 삶의 질을 높이기보다 부동산 투기판과 스펙터클한 전시행정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는 한국의 도시들을 6대 광역시부터 조명한다.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축으로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정체성을 짚어 보았다."
때마침, 다음달에 대선이 있고, 내년 여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어떤 나라,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지 고민하는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을 우리도 가졌으면 싶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2012)의 저자 사사키 아타루의 신작도 번역돼 나왔다. <제자리걸음을, 멈추고>(여문책, 2017). 지난봄에 나온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여문책, 2016)에 뒤이은 것으로 국내에 소개된 단독 저작으로는 다섯 번째 책이다.
"자기주장과 색깔이 분명한 일본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또 다른 신간. <야전과 영원> 출간 이전부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대성공에 이르기까지 힘차고 거침없이 춤추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시기를 관통해온 약동하는 사유의 흐름을 돌아본다. <야전과 영원>의 숨은 이야기를 비롯해 산책의 효용성, 폭력의 현재성, 대안적인 생의 탐구, 참된 죽음의 의미, 힙합과 혁명의 공통분모,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논의가 펼쳐진다."
사사키 아타루 독자라면 <야전과 영원>이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유익한 서플먼트로 읽을 수 있겠다. <1Q84>에 대한 비평도 기대가 된다...
17. 0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