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길에 PC방에서 작업하다가 눈이 피로하여 잠시 한눈을 판다. 신간 가운데 일본의 심리학자 기시다 슈의 <게으름뱅이 정신분석>(깊은샘, 2006)이 <게으름뱅이 학자, 정신분석을 말하다>(펄북스, 2017)란 제목으로 다시 나왔기에 '오래된 새책'으로 분류해놓는다. 사실 이 책의 2006년판도 개정판이고 초판은 각각 1992년(1권), 1995년(2권)에 나왔었다. 나는 초판과 개정판을 모두 갖고 있는데, 그건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 강의에 유익한 내용을 싣고 있어서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그밖에 저자의 독특한 '성적 유환론'도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이번에 나온 건 새 번역판이어서 또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게다가 완역본이라니 솔깃하다. 나 말고도 이 책에 주목한 독자가 있었다는 게 다행스럽다(새 번역본의 출간을 결정한 관계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든 것은 환상에서 비롯되었다!' 기시다 슈는 단언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본능을 잃어버렸고 이후 역사와 문명을 만들었다. 역사와 문명은 그 본능이 제거된 자리를 메우려는 방편일 뿐이다. 국가와 사회, 종교, 결혼, 가족 제도도 모두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인간이 자연의 본능을 잃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은 무가치한 것이다. 왜 우리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으며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 ‘심오한 의문’에 기시다 슈는 유머와 기발함을 바탕에 깔고 ‘명쾌한 통찰’로 독자에게 깨달음을 안긴다. 이 책은 <게으름뱅이 정신분석>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는 발췌본으로 엮어져 소개되었던 책인데 이번에 새로운 번역과 감수를 거쳐 원서에 충실한 ‘완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난다." 

 

안 그래도 지난주와 이번 주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과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강의했고, 강의할 참이다. 그간에 여러 차례 강의한 작품들인데, 반복 강의의 이점은 차츰 작품 해석의 영점 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내가 다룰 수 있는 한도 안에서 가장 근접한 해석에 도달하는 게 강의의 목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두 작품에 대해서는 나대로의 견해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일부는 기시다 슈에게 빚지고 있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다자이 오사무나 미시마 유키오의 독자라면 흥미를 갖고 읽어볼 만하다...

 

17.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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