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대영화론의 수준을 보여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미하일 얌폴스키의 <영화와 의미의 탐구>(나남, 2017)다. 러시아 태생으로 러시아 영화예술이론연구소에서 서구 이론 서적 번역으로 경력을 시작하여 모스크바 철학자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1992년부터는 미국 뉴욕대학에서 재직중이다. 영화와 이론 분야의 책들을 러시아어로 활발하게 출간해오고 있는데 <영화와 의미의 탐구>는 그의 영화이론가로서의 이력서 같은 책으로 원제는 '언어, 신체, 사건'이다. 영화평론가 남수영의 추천사대로다. "미국 영화담론 생산의 중심지 뉴욕대학에서도 경외의 대상인 미하일 얌폴스키. 이 책은 언어, 신체, 사건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되는 얌폴스키의 이력서이다. 그가 1982년부터 2002년까지 영화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얌폴스키는 현대 러시아 인문학계를 선도하는 대표적 학자 중 한 사람으로 현재 뉴욕대학에서 비교문학 및 러시아문학 전공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학문적 이력은 영화연구로 시작했으나 2000년 이후로는 이미지의 철학적 차원과 재현의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대작을 선보이며 포스트소비에트 시기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더불어 앞서 이른 1980-1990년대 세대를 위한 트로이카의 영화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그들의 예술적 무게에 값하는 비평적 응답과 지지를 보내준 이로, 특히 소쿠로프 감독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비평가로 꼽은 바 있다." 

책은 영화 매니아들에게는 '제2의 타르코프스키'로 불리는 소쿠로프에게 헌정되고 있는데, 마침 소쿠로프의 영화세계에 대한 논문집도 나와 있는데, <알렉산드르 소쿠로프>(한울, 2015)가 그것이다. 얌폴스키의 글도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얌폴스키의 책의 공역자로 나도 이름이 올라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거든 건 일부에 불과하고 책은 책임번역을 맡은 김수환 교수의 노고의 결과물이다. 러시아 문화기호학의 거장 유리 로트만의 저작을 옮기고 소개하는 데 주력해왔는데, 소위 러시아 이론분야의 가장 믿음직한 중개자이자 해설자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 인문학의 수준이 궁금한 독자라면 로트만과 얌폴스키의 책들을 참고해볼 수 있겠다. 


한편, 소쿠로프 얘기가 나온 김에 그의 2011년작 <파우스트>도 생각난다. 요즘 괴테의 <파우스트>를 강의하고 있어서인데, 소쿠로프의 <파우스트>는 <파우스트>보다는 '소쿠로프'를 보여주는 영화이(겠)지만 그래도 봐두어야겠다. 독일의 파우스트와 대비되는 러시아 파우스트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17.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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