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가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평가로 이름이 좀 알려진 편이어서 이따금 추천사를 청탁받아 책을 미리 읽어볼 때가 있다. 교양서라면 특별히 분야를 가리지 않기에 최근에는 카프카에 관한 책을 비롯해 칼 폴라니에 관한 책, 중국 고전에 관한 책에 추천사를 얹었다. 이 가운데 중국 고전에 관한 책은 여러 대학에서 오랫동안 중국 고전을 강의해온 강경희 선생의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동아일보사, 2017)다.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고전의 지혜'가 부제.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의 삶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많은 고통을 어떻게 대면하고 다루어야 할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고전의 숲으로 떠나는 흥미로운 여행이다. 고통, 운명, 실패, 소통, 배움, 위로, 애도, 희망이라는 여덟 가지 키워드를 통해 <논어><장자><사기><주역><시경> 등의 고전을 현재적 관점에서 새롭게 탐구하고 해석한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중국 고전들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수준의 책이 허다하게 나와 있으므로 이 책만의 특장이 될 수는 없겠다. 다만 아직 고전 독서의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라면 고전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줄 길잡이로 삼을 수 있겠다. 추천사에서 초점을 맞춘 것도 그런 의의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힌 책을 고전이라 한다. 시간을 거슬러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붙이고 생각을 자극하는 것이 오래, 그리고 널리 읽힌 비결이다. 중국 고전에 대한 길잡이로서 이 책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는 우리에게 고전의 생명력과 다시금 마주하게 한다. 그렇게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가로 우리를 안내한다."
물론 우물가까지 가서 걸음을 돌린다면 아무 소용 없는 일. 소위 '고전력'의 문턱을 넘어섰다면 그 다음 단계의 책들에도 도전해봄직한데, 신영복 선생의 <강의>나 동양철학 전공자들의 <인문학 명강: 동양 고전> 등을 내처 읽어도(들어도) 좋겠다. 게다가 중국의 권위자들이 쓴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글항아리, 2011)까지 독파하면 고전에 대해 당당하게 몇 마디 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은 어디에 둔 건지 나도 찾아서 읽어야겠다...
17. 0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