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지옥일 때>(해냄, 2017)라는 제목 때문에(누구나 가끔씩은 지옥을 경험하기에) 손에 들었다가, 손에 들면서 저자의 직함이 '심리기획자'라는 사실에서 적당한 심리치료나 위로의 말을 기대함직한데, 뜻밖에도 시 읽기다. 제목을 마저 완성하자면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읽는 시' 정도. 뜻밖이어서 가벼운 배신감마저 드는데, '마음 지옥 탈출'에 역시 시만한 게 없다는 건가, 란 생각도 든다. 뭔가 특별한 비방을 기대한 게 무리였는지도.
"오랫동안 수만 편의 시를 읽어온 저자는 특히 '내마음보고서' '내마음워크숍' '힐링Talk'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야말로 공감과 통찰, 눈물과 아름다움으로 아픈 마음을 다독이는 '부작용 없는 치유제'임을 확신했다. 한 편의 시가 한 끼의 밥보다 더 든든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저자는 애독하는 수천 편의 시 중 82편을 고르고, 각 시마다 공감하고 힘이 되는 메시지를 듬뿍 곁들였다."
시 읽기가 근본적인 처방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양보해도 기분전환의 의미는 충분히 갖겠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시집들은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시리즈인데, '윤동주 100년 포럼'이라는 곳에서 번역을 맡아 세 권을 펴냈다. <프란시스 잠 시집><장 콕토 시집><폴 발레리 시집> 등이다. 리스트가 얼마나 더 이어지는지 모르겠는데, 얼핏 드는 생각으론 릴케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으로 나온 이브 본푸아와 기욤 아폴리네르, 그리고 정지용도 따로 욕심을 낼 만한 시집들(지용과 백석은 윤동주도 감명 깊게 읽었을 터이다). 민음 세계시인선을 보니까 떠오르는 건 솔출판사의 세계시인선인데, 이건 벌써 오래 전에 절판되었다. 비센테 알레익산드레와 프랑시스 퐁주의 시집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 생각해보니 퐁주의 사물시들('사물의 편')을 읽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게 내게는 '지옥 탈출법'이었나 보다.
그런 용도로는 (내게는 시로 읽히는) 니진스키의 일기도 강력하다. 다시 찾아보니 이 역시 절판됐군. 니진스키 영어판 평전도 그 사이에 나왔는데, 조만간 구해봐야겠다...
17. 03.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