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부키, 2017)를 고른다.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이 아닌 냉정이다'가 부제. 제목과 부제만으로는 미더운 책인지 긴가민가한데, 저자가 옥스퍼드대 철학과의 20대 교수라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1987년생이라 올해 서른이다). 헛소리를 늘어놓지는 않았을 거란 신뢰감이 생긴 것. 저자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무분별한 선행은 오히려 무익할 때가 많다. 실효가 전혀 없거나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선행 사례는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아프리카 물부족 국가에 식수 펌프를 보급하려 했던 '플레이펌프스인터내셔널'은 선의와 열정만 앞세운 사업 운영으로 결국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며 폐업했다. 광범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월드비전, 옥스팜, 유니세프 등 거대 자선단체도 효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보건사업에 비해 비용은 더 많이 들고 효율은 더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도 재해구호에 전력을 기울이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이타적 행위가 실제로 세상에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정한 판단이 앞설 때라야 비로소 우리의 선행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이타적 행위의 효율성을 따져본다는 점에서 막바로 피터 싱어의 <효율적 이타주의자>(21세기북스, 2016)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을 다룬 앨런 패닝턴의 <이기적 이타주의자>(사람의무늬, 2011)까지 포함하면 '이타주의자 3종 세트'로도 묶을 수 있겠다(철학이 전공이란 점에서 최소한 피터 싱어와는 비교해볼 만하다). 이럴 땐 또 앞서 나온 책을 책장에서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나의 장서 관리는 왜 이리 비효율적인 것인지...
17. 03.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