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관련 신간 리뷰를 옮겨온다.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마음산책, 2006)이 책의 제목인데, "미국의 한 딜러가 앤디 워홀의 그림 한 점을 소장하기 위해 고투한 12년간의 여정이자, 미술시장에서의 장사 노하우에 대한 상세한 기록"으로서 "12년에 걸친 '워홀 찾기'와 그 과정에서 지은이가 체험하며 얻은 경험들은, 워홀의 미술사적 위치뿐 아니라 그의 명성에 한몫을 한 책략과 마케팅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려준다"고. 아래는 저자 리처드 폴스키.

원제가 'Bought Andy Warhol'(2003)이니까 '손안에 넣기'는 무슨 비유가 아니다(더불어 워홀이 생전에 떼돈을 번 이유도 짐작할 만하다). 부제는 '미술가, 딜러, 경매 하우스, 그리고 컬렉터들의 숨은 이야기'. 제목이 이미 8할 이상을 말해주고 있다. 리뷰는 문화일보의 것이다.

문화일보(06. 07. 14) 왜 부자들은 미술품 수집에 열성일까. 높은 안목, 부의 과시, 그것도 아니면 체면치레? 저자는 미술품 수집의 마력을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럭셔리’라는 말로 표현한다. 돈만 있다면 누구나 비싼 차, 좋은 주택, 명품패션을 즐길 수 있지만 ‘세상에 단 하나’라는 고유성이 있는 예술품은 다르다. 이것이 상류층의 경쟁심에 불을 붙이고, 컬렉션 과정 자체에 묘미를 느낀 애호가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미술품 거래를 담당하는 딜러이자, 화랑주인, 기고가까지의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작가와 딜러, 그림 경매와 매매, 애호가 혹은 컬렉터들의 내면을 상세히 기록했다. 큰 줄거리는 미국 팝아트 전문딜러인 저자가 앤디 워홀의 작품에 반해 처음 구입하기로 마음먹은 시점부터 무려 12년이 지난 후에야 작품 한점을 구입한 경험담이다(*그 12년이 분량으론 443쪽이다). 그러나 작품구매 과정보다 앤디 워홀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소개, 미술품 거래의 실체, 컬렉터의 성향 등 서구 미술계의 온갖 잡다한 이야깃거리를 술술 풀어나간다.




-먼저 저자는 자신의 경험처럼 특정 작가, 특정 작품에 매료된 이의 즐거움을 고백한다. 미칠듯이 갖고 싶고,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고 싶은 미술품을 발견했을 때 애호가가 느끼는 감정은 첫사랑 못지않은 황홀경이라는 것. 팝아트 중에서도 저자가 소개하는 앤디 워홀 이야기는 더욱 매혹적이다.
-“돈과 명예가 나의 페티시(fetish·숭배물)”라고 거침없이 말했던 앤디 워홀은 미술계에서 홍보와 대중적 지명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작가였다. 공방으로 불리는 작업실에서 조수들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TV와 대중스타를 적극 활용했던 앤디 워홀의 생활 자체가 곧바로 20세기를 반영한다는 저자의 설명은 왜 예술 혹은 예술가가 한 시대의 증명서인가를 알게 해준다.
-또 주식거래와 비슷한 투자일수도 있지만 좋은 예술품을 사고 팔려면 예술 자체를 공부해야 한다는 충고도 들어 있다. 초짜컬렉터인 한 부부를 모델로 갤러리를 방문해 작품구입 설명을 듣게 하고, 그 과정을 세세히 기록한 것은 미술품을 사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간접경험이 될 듯 싶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유명갤러리와 미술관, 현대미술품을 보는 관람객 등 현지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한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저자 특유의 유머감각이 책장을 쉽게 넘기게 만든다. 일례로 미술품 거래때 조심하라며 저자가 남긴 말. “‘다락방에서 발견했어요’와 ‘할머니가 주신 거예요’는 믿지 말라. 특히 ‘할머니의 다락방에서 발견한 그림이에요’는 더욱 조심하라.”

06. 07. 14.
P.S. 경향신문의 리뷰기사도 옮겨온다. 타이틀은 "작품보다 돈가치…미술시장 꼬집기"이다.
경향신문(06. 07. 15)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사람들은 어떤 분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모습을 곧잘 ‘바닥’이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이 책은 미술 ‘바닥’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쓴 책이다. 책 제목을 원제 그대로 해석하면 ‘나는 앤디 워홀을 샀다’가 된다. 말 그대로 화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12년에 걸쳐 ‘워홀의 작품을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에 사게 되는지’에 대해 기술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다.
-작가가 조명하고 있는 것은 ‘미술작품’ 자체가 아닌 ‘미술 시장’이다. 그가 워홀의 샌프란시스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던 어느날 밤 집에는 10통이 넘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은 워홀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 그리고 누군가의 한 마디, “가격을 3배로 올려요.”
-작가의 여정과 함께 워홀의 작품을 따라가노라면 결국 가격에 의해 가치가 매겨지는 미술 시장의 이면을 만나게 된다. 4,100점이나 되는 많은 작품을 남기고, 그림을 파는 직업 미술가에 대한 인식을 개척한 워홀과 미술품 거래상의 모습은 닮았다.
-미술품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는 워홀의 작품을 중간 중간 곁들이며 미술 시장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워홀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나 그의 괴짜 인생에 대한 일화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2% 부족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