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정신분석, 시사만화, 의학 등 분야는 제각각이다. 먼저 프로이트와 정신분석과 관련한 교양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 김서영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 <프로이트의 편지>(아카넷, 2017).
"프로이트의 편지와 이론, 사례를 통해 정신분석의 새로운 통찰을 전하며 인생의 중심축이 되는 삶의 단계들을 ‘동일시’라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일, 불완전한 타인을 내 삶에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일, 다른 생각들을 받아들여 내 세계를 넓혀가는 일, 나의 한계를 넘어 어른이 되는 일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프로이트가 삶의 단계마다 보내왔던 편지를 따라가며 우리의 삶은 동일시의 연속일 수밖에 없음을 찬찬히 보여준다."
전작들도 그랬지만,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정신분석 입문서도 겸한다.
'부담 없이'라고 특별히 적은 건 부담스러운 책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스 마르틴 로만 등이 엮은 <프로이트 연구>(세창출판사, 2016) 같은 책이 그렇다. 이런 두께의 책에까지는 나도 아직 손을 대지 못하겠다. <프로이트의 편지>에 만족할 밖에.
시사만화가 정훈이 작가의 신작도 나왔는데, 이번에는 협업이 아닌 단독 저작이다. <야매공화국 10년사(事)>(생각의길, 2017). 부제가 '정훈이의 국정 농담'이다. 대략 그림이 그려지는 책.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아래 우리 주위에 일어난 일들을 포복절도의 풍자로 다룬 시사풍자카툰이다. 특유의 유머코드로 열혈 독자층을 자랑하는 정훈이 작가는 저질 권력을 향한 거침없는 풍자를 영화 패러디를 통하여 그려냈다. 대부분의 풍자카툰이 한 컷 혹은 네 컷 만화에 그치는 데 비해, 정훈이 작가는 영화의 스토리에 빗대어 풍자화 했기에 영화와 영화의 패러디라는 두 가지 재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저질 권력자들이 만든 야매 공화국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와 한발 늦은 늑장 수습 이면을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다.
풍자카툰을 통한 지난 10년의 복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게 보자니 시대의 기록으로서도 유력하고 유의미하다.
의학자인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도 <질병의 탄생>(사이, 2014)의 속편으로 <질병의 종식>(사이, 2017)을 펴냈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의 가축 전염병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나온 터라 제목이 더 눈에 띈다.
"<질병의 탄생>에서 ‘인간은 문명을 만들었고, 문명은 질병을 탄생시켰다!’는 이슈를 제기하며 화제를 모았던 저자는 전작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그 후속작인 이번 책에서는 질병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론과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질병의 탄생에서 21세기 만성질환의 대유행 시기까지 다루면서 시대적 변천에 따라 질병의 양상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또 과거 우리 조상들은 전혀 겪지 않았던 만성질환과 후기만성질환이 20세기 이후 어떻게 등장하게 되어 대폭발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질병 시대의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적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데 문명이 질병을 탄생시켰다고 하면 질병의 종식은 곧 문명의 종식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저자의 '종식안'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17. 0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