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책'에 이어서 '사라진 책들'에 들어갈 이야기도 적는다. 체호프의 단편과 희곡에 대해 강의하면서 번역본 현황에 대해 다시 짚어보았는데, 희곡은 전집을 포함해 여러 종아 아직 '살아있지만'(미완성 희곡 <플라토노프>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단편 선집은 조금 마땅찮다. 한권에 대표작들을 다 모으기가 어렵기 때문에 네댓 권짜리 선집도 유용한데, 그에 해당하는 범우사판 선집이 품절 모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2005년에 출간된 이 선집은 5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1-4권이 중단편이고, 마지막 5권의 희곡선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3권 <초원>과 5권 <희곡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품절 상태다. 사실 하드카바에다가 희곡도 세 작품만 수록하고 있어서 강의 활용도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보급판(소프트카바)으로 다시 나오길 기대했지만 현재로선 무망한 듯싶다. 초기 단편들을 주로 모은1 ,2권이 다소 아쉽게 여겨진다.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좋은 견본이 되는 작품들이기에 그러하다.
체호프 단편 강의에서는 주로 <귀여운 여인>(시공사, 2013)을 쓰는데, 여기에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빠져 있다. 언젠가 적었듯이 체호프 단편집을 고르는 기준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포함하고 있느냐 여부다.
세계문학전집 가운데서는 얼마전에 새로 나온 <지루한 이야기>(창비, 2016)와 <사랑에 관하여>(펭귄클래식, 2010/2015),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2009)에는 포함돼 있지만 시공사판 <귀여운 여인>과 민음사판 <체호프 단편선>(민음사, 2002) 등에는 빠져 있다(심지어 5권짜리 범우사판 선집에도 빠져 있다). 그밖에 <6호실>이나 <초원>, <결투> 같은 중편들이 들어 있는지 여부도 작품집을 고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에 체호프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모파상과 짝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나오면 좋겠다.
체호프 희곡에 대해선 <체호프 희곡선>(을유문화사, 2012)이 4대 장막극을 포함하고 있어서 표준적이다. 확장판을 원한다면 <체호프 희곡 전집>(시공사, 2010)을 고를 수 있다. <벚꽃동산>(열린책들, 2009)도 활용할 수 있지만 <세 자매>가 빠져 있다.
또 다른 희곡 전집으로는 연극과인간판(2000)이 있지만, 3권짜리여서 활용도는 떨어진다. 연극학도라면 시공사판과 비교해가며 읽어봐도 좋겠다. 두 전집이 모두 요즘 무대에 자주 올려지는 <플라토노프>를 빼놓고 있다는 게 아쉽다...
17. 0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