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가 남아 있긴 하지만 명절의 '공식'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밀린 팟캐스트를 몇 개 들으면서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다룰 거리는 많지만 일단 눈에 띄는 대로 두 권의 일본책을 고른다. 다가 후토시의 <남자문제의 시대>(들녘, 2017)와 '아사히'신문 경제부의 <노인지옥>(율리시즈, 2017)이다(일본어에서는 '남자문제'와 '노인지옥'이 하나의 개념어로 등재돼 있는 모양이다). 제목을 연이어 적고 보니 '명절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군.
<남자문제의 시대>는 의외로 진지한 부제가 붙어 있다. '젠더와 교육의 정치학'. 부제로 보자면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는 책. 소개도 그렇게 돼 있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서점가를 휩쓴 지금,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은 여성이 우위인 시대이며,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남자’ 문제 제기는 페미니즘의 물결이 두 차례 거쳐갔던 서구에서 먼저 있었고, 실제로 호주에서는 (불리한) 남자에 초점을 맞춘 보상교육이 시행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 못지않게 ‘남성우위’의 사회로 평가되는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내용상 문장 속에서 ‘일본’이라는 단어를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될 만큼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도 합당한 시사점과 논점을 던진다."
현재의 추세로 보아 조만간 국내판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예비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남자란 무엇인가>(홍익출판사, 2016)이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하비 맨스필드의 <남자다움에 관하여>(이후, 2010)인 것 같은데(얼른 생각으론 그렇다) '업데이트'를 할 때도 되었다.
<노인지옥>은 부제도 살벌하다. '세상 밖으로 쫓겨나는 노인들의 절규'. 이 또한 남의 나라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게 문제.
"'아사히 신문'이 14개월간 기획 연재한 '보답받지 못하는 나라'를 보완·가필해 출간된 이 책은, ‘노인지옥’을 향해 가는 노인대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제껏 비참한 노후 사례 고발에 집중돼왔던 관심에서 나아가 이를 둘러싼 사회보장제도의 면면과 실제 집행 현장을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이것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고령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분명히 깨닫게 만든다."
노인 문제라기보다는 나이 차별 문제를 다룬 책으로 애슈턴 애플화이트의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시공사, 2016)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연령차별에 반기를 든 저자가 자신의 노년 생활과 여러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연령차별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더듬어 보니 노인 문제와 관련한 책으로 테드 피시먼의 <회색 쇼크>(반비, 2011)를 훑어본 기억이 있는데, 고령화사회는 조만간 더 전면화될 것이기에 여전히 '미래의 책'이다.
"고령화는 의학의 진보와 공공 시스템의 발전, 그리고 교육의 확대가 만들어낸 인류 최고의 업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장수’의 첫 번째 요건을 “20세기에 태어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가족, 직장, 지역사회와 같은 우리 일상에서의 다양한 변화들이 고령화, 지구화와 같은 거시적 흐름들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총체적,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회색 쇼크'가 '노인지옥'으로 직행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할 때다. 그런 뜻에서도 탄핵심판이 빨리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17. 0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