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현대철학 로드맵' 강의를 하면서 오랜만에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을 나란히 입에 올렸다. 읽은 지 오래 되었고 그간에 쌓인 책들도 있어서 '업데이트'가 좀 필요하다고 느끼던 차에 적당한 책들이 출간되었기에 몇 마디 적는다.
먼저 뜻밖의 책은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평전 <하이데거>(북캠퍼스, 2017). 자프란스키는 에세이도 몇 권 번역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일급의 철학자 평전 저자다. 국내에 소개된 <니체> 외에 <쇼펜하우어> 평전이 있으며 <하이데거>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괴테 평전도 썼다).
참고로 자프란스키의 에세이는 <인간은 얼마만큼의 진실을 필요로 하는가>(지호, 1998)가 처음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은행나무, 2016)이 추가되었다. 국내에는 확실한 독자층이 있는 것 같지 않지만(내가 예외인 건가?) 언제든 신뢰할 수 있는 저자다.
하이데거에 관한 국내서로는 박찬국 교수의 책들이 가장 많이 나와 있다. 중복의 감도 있지만 한두 권 정도 독파하면 대략적인 그림은 그려볼 수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유감도 적자면 하이데거 번역서 몇 권이 절판된 채 다시 나오지 않고 있다. <철학 입문>(까치, 2006)과 <형이상학의 근본개념들>(까치, 2001) 은 갖고 있지만 <진리의 본질에 관하여>(까치, 2004)은 챙겨놓지 못한 터라 아쉽다(2004년에는 러시아 체류중이었다). 저작권 갱신이 안 되었던 것일까.
비트겐슈타인은 (하이데거에 비하면) 저작이 많지 않아서 전집 규모의 선집이 소개된 이후에도 일기 등이 계속 번역돼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공자이자 책세상판 선집 번역자인 이영철 교수의 가이드북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책세상, 2017)이 최근에 나왔다. 비트겐슈타인 입문서는 학부 때 여러 권 읽었고(국내서가 꽤 나와 있는 편이다) 그 후에는 손을 놓은 터라 다시 손에 들자니 감회마저 든다.
아무튼 <전쟁일기>(읻다, 2016)나 <비트겐슈타인의 인생노트>(필로소픽, 2015)처럼 예전에는 못 듣던 책들까지 나오는 바람에 나도 최근에는 <초역 비트겐슈타인의 말>(인벤션, 2015)까지 구입했다. 주요 저작 외에 얼마나 더 읽어야 하는지 어림해보기 위해서다.
독일문학에서 시작해서 오스트리아문학까지 살펴보는 게 올해의 강의 일정의 하나인데, 겸사겸사 프로이트와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관한 책들을 자주 찾게 될 듯하다. 비트겐슈타인 관련서도 눈에 띄는 대로 따로 모아놓아야겠다...
17. 0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