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부모님이 가까이에 사시기 때문에 '대이동'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강의 일정도 없어서 휴일 같은. 연휴에 할일을 잘 계획하고 배분하는 일이 오늘의 할일이지만, 저녁을 먹은 뒤에나 생각해보기로 하고 막간에 우치다 타츠루의 신간에 대해 몇마디 적는다. <곤란한 성숙>(바다출판사, 2017)이란 제목이 생각의 꼬투리다. 레비나스의 책을 좀 읽은 터라 제목에서 곧장 레비나스의 <곤란한 자유>(통상 <어려운 자유>라고 번역된 듯한데)를 떠올렸는데, 틀리지 않았다. 머리글에서 우치다는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곤란한 성숙'입니다. 스승인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곤란한 자유>에서 빌려왔지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시민적 성숙을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까?'라는 단 하나의 물음으로 집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빌려올 만한 것은 우치다가 <곤란한 자유>의 일본어판 번역자이기 때문이다(한국어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우치다의 레비나스론은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갈라파고스, 2013)으로 소개돼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곤란한 성숙>이 레비나스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개에 따르면 담당 편집자의 주재로 '야간비행'의 웹진에 연재한 우치다의 인생 상담 기록을 엮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레비나스의 철학이 생각의 바탕이 되었다고 하면 딱히 무관한 것도 아니겠지만. 그리고 지난해 말에 나온 <어른 없는 사회>(민들레, 2016)와도 주제상으로는 연결되는 듯싶다. 


저자가 붙인 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우치다 타츠루 책의 한국어판은 무려 10권이 넘어간다.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 정도로 인기 저자가 된 건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갈라파고스, 2010)란 책의 '흥행' 덕분이다. 당시에 매우 호의적인 서평을 쓴 적이 있어서 나도 그 흥행에 일조한 바 있다. 그 이후에 나온 책만 하더라도 (재간된 것까지 하면) 15권이다. 10권을 넘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20권에 다가가고 있는 셈.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걸로 보이는데, 일단 굉장한 다작의 저자라는 점. 일년에 수권씩 번역되고 있지만 저자 자신이 일년에 수권씩 책을 펴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들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또 다른 이유다. 이 두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인문교양 저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지 않을까?



15권을 다 읽지도, 또 갖고 있지도 않지만 대충 헤아려 보니 10권 넘게 갖고 있고 네댓 권은 읽은 듯하다. 지난해 나온 책들 가운데서는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바다출판사, 2016)와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북뱅, 2016)을 읽었는데, 막상 지금의 관심도서는 <반지성주의를 말하다>(이마, 2016)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의 하나가 모리모토 안리의 <반지성주의>(세종서적, 2017)여서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 것인데, 어디에 꽂혀 있는지 오늘내일 찾아봐야겠다. 


아무려나 '시민적 성숙'은 우리에게도 화두이기에(우리도 이젠 '염병할' 인간들의 발악에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미성숙한 사회에서 성숙한 어른되기'에 대해 집단적으로 생각해봐야겠다. 더 곤란해지기 전에...


17.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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