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도 골라놓는다. 나로선 일주일의 공백이 있기에 독서할 시간도 많지 않지만 '읽을 만한 책'을 꼽는 건 또 독서와는 별개다. 



1. 문학예술


2016년의 인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의 가사집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문학동네, 2016)와 유일한 소설 <타란툴라>(문학동네, 2016)이 지난 연말에 나왔다. <자서전>까지 포함하면 밥 딜런이 쓴 건 얼추 망라하는 듯하다(인터뷰집이 더 있을까?). 대부분의 평자들이 얘기하는 대로 밥 딜런의 '문학'은 그의 '노래'와 분리되지 않기에 읽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우선적이다. 밥 딜런을 들을 때 참고할 만하다. 구자형의 <밥 딜런 - 아무도 나처럼 노래하지 않았다>(북바이북, 2016)는 그의 음악과 삶을 조명한 가이드북이다. 



더불어, 현대문학상 수상시집과 수상소설집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김금희의 <체스의 모든 것>은 지난해에 영어판으로 나왔다. 지난해의 '대세 작가'라고 해야 할까. 



예술 분야에서는 박찬욱 감독 각본 3종 세트를 고른다. <친절한 금자씨><싸이보그지만 괜찮아><박쥐>(그책, 2016) 세 권이다. 앞서 <아가씨 각본>(그책, 2016)도 출간됐었다. 나로선 홍상수 각본에 더 관심이 있지만 박찬욱의 몇몇 작품도 각본으로 읽어봄직하다. 최근의 사례로는 나홍진 감독도? 비록 각본이 영화에 대해서 말해주는 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걸 고려해야겠다. 



2. 인문학


인문학 쪽에서는 인류학 입문서 세 권을 고른다. '호모 사피엔스' 시리즈로 재간된 책들인데, 앨런 바너드의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애덤 쿠퍼의 <인류학과 인류학자들>, 제리 무어의 <인류학의 거장들>(한길사, 2016) 등이다. 언젠가 관심이 생겨 한권씩 구했더랬는데, 이번에 표지갈이를 하고 다시 나왔다. 굳이 애써 구할 필요가 없었던 것. 



종교와 신화에 관한 책들도 요즘 수집 목록에 포함돼 있는데,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들녘, 2016), 윤이흠 교수의 유고집 <한국의 종교와 종교사>(박문사, 2016), 김근수 외, <지금, 한국의 종교>(메디치미디어, 2016) 등이 있다. '신이 사라진 세상'(로널드 드워킨)에서의 종교가 요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3. 사회과학


한국사회를 진단한 책 몇 종을 골랐다. 김민섭의 <대리사회>(와이즈베리, 2016), 김민하의 <냉소사회>(현암사, 2016), 그리고 <2017 한국의 논점>(북바이북, 2016) 등이다. <한국의 논점>은 '키워드로 읽는 한국의 쟁점 42'가 부제다. 올해의 쟁점을 미리 헤아려보는 것도 1월의 독서 거리가 될 만하다. 



경제경영 분야의 핫 트렌드는 '4차산업혁명'이다. 관련서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는 속지 않기 위해서 한두 권 읽어봄직하다.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은 <클라우스 슈밥의 2ㅔ4차산업혁명>(새로운현재, 2016)이고, 최근에 나온 책은 김진호의 <빅데이터가 만드는 제4차 산업혁명>(북카라반, 2016)이다. 더불어, 긴축이라는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를 다룬 마크 블라이스의 <긴축>(부키, 2016)까지 연초의 읽을 거리로 삼아보자. <긴축>은 장하준 교수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추한 책이다. 



4. 과학


과학 쪽에서는 폴 핼펀의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플루토, 2016),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의 <유전자 사회>(을유문화사, 2016), 그리고 션 캐럴의 <세렝게티 법칙>(곰출판, 2016) 등을 고른다. 욕심은 나지만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 책읽기/글쓰기


서평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원석의 <서평 쓰는 법>(유유, 2016)을 일독해봐도 좋겠다. 나와는 서평관이 다르지만(저자는 비평도 서평에 속한다고 본다. 나는 그 둘을 구분한다) 서평의 요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리고 주목받는 저자로 급부상한 은유의 신간 산문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서해문집, 2016)도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일독해볼 만하다. 고종석의 신간 <쓰고 읽다>(알마, 2016)는 습관적으로라도 손에 들게 되는 책. "독자와 함께 고민하며 소통해온 문장가 고종석의 글 모음집"이다. 


17. 01. 02.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묵직한 책으로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한길사, 2016)을 고른다. 지난 2002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 최근에 나와서(무려 14년만이다)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후설 현상학에 대해 교양 수준의 관심을 갖고 있는 나로선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한길사, 2016)이나 <데카르트적 성찰> 같은 타이틀에 끌린다. 데카르트의 <성찰>도 진작 구해놓은 터라, 이 참에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될는지도. 모름지기 자주 입에 올리다 보면 또 손이 가는 물건이 책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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