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강의가 있다 보니 올해는 여러 송년모임에도 끼지 못하고 보내게 되는 듯싶다(강의 뒤풀이들로 대신했다). 다음주에는 러시아로 문학기행을 떠날 예정이라 준비할 것도 많은데 다른 건 차치하고 체력이 버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아무래도 요양생활을 해야겠다. 아, 당장 일요일에는 해가 바뀌는군(미리 아듀, 병신년!).



돌이켜보면, 내가 책을 읽는 건지, 책이 나를 읽는 건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내달은 한 해였다. 문학과 인문 강의 외에도 서평 강의를 여러 차례 진행한 게 여느 해와는 다른 일정이었는데(당장 1월부터 다시 시작한다), 다른 한편 '서평가'로서의 역할에는 충실하지 못했다. 주목한 책들에 대한 리뷰를 쓸 여유가 거의 없어서 강의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조차도 충분하지 못했다. 잠시 그런 반성을 하면서 눈길이 주는 것이 역시나 책 관련서들이다.
청소년 역사소설의 새 장을 연 설흔의 신작 <책, 조선 사람의 내면을 읽다>(위즈덤하우스, 2016)도 그래서 주목한 책. 부제가 '책이 읽은 사람, 사람이 읽은 책'이다. 따로 소개가 없지만 목차만 보면, 조선 후기 책 이야기다. 갖고 있는 책도 몇 되지만 대부분 이름만 들어본 책들이다. 이 책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떻게 읽혔던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듯하다.



시야를 바깥으로 돌리면, 책에 관한 얇은 책 몇 권도 손 가까이에 두고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낭시의 <사유의 거래에 대하여>(길, 2016), 아감벤의 <불과 글>(책세상, 2016), 그리고 로제 그르니에의 <책의 맛>(뮤진트리, 2016) 등이다.



로제 그르니에는 '프랑스 체호프'라고도 불린다고 해서 새삼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책의 맛>에도 체호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이것만 나중에 따로 페이퍼에서 다룰까도 싶다). <책의 맛>의 영어판 제목은 <책의 궁전>이로군. 원제도 그러한데, 역자에 따르면 프랑스어 'Palais'는 왕궁, 궁전이란 뜻 외에도 입천장, 미각이란 뜻도 갖고 있다고 한다. 후자에 준해서 옮긴 게 <책의 맛>이다. 책의 맛에 대해서라면 나도 쓸 얘기들이 있는데... 밀린 책들을 좀 밀어내면 써볼까도 싶다...
16.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