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기 전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전공은 달라도 모두 문학에 한 다리 걸치고 있는 책을 펴낸 저자들이다. 먼저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면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웅진지식하우스, 2006)의 저자 김용규의 신작이 나왔다.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2>(웅진지식하우스, 2016). 지난해 개정판으로 나온 <데칼로그>(포이에마, 2015)에 뒤이은 책으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의 확장판으로도 읽힌다. 1권의 주제가 '혁명과 이데올로기'라면 2권은 '시간과 언어'를 다룬다. 1권에 먼저 주목하게 되는데, 개요는 이렇다.
"저자는 일상의 모든 순간을 변화시키는 혁명과 이데올로기를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 혁명 편에서는 김선우 시인은 물론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같은 시대의 지성들이 주장하는 '21세기의 혁명'에 대해 살펴보았다. 2부 이데올로기 편에서는 김연수 소설가를 비롯해 아서 쾨슬러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성만으로는 이성적일 수 없으며 연민 없이는 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는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의 핵심을 짚어 이데올로기의 뼈대를 이야기한다."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의 속편으로 <철학카페에서 시읽기>(웅진지식하우스, 2011)가 있었으므로 철학카페는 5년만에 다시 문을 연 셈이다(주기도 5년이다). 간판은 '철학카페'이지만, 기다려온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다양한 메뉴의 '철학뷔페'다.
미술 가이드이자 저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진숙도 신간을 펴냈다. '그림과 문학으로 깨우는 공감의 인문학'을 부제로 한 <롤리타는 없다 1,2>(민음사, 2016)다. <시대를 훔친 미술>(민음사, 2015)에 뒤이은 책. 문학괴 미술의 소통과 융합을 표방한 점이 눈길을 끈다.
"프루스트는 왜 페르메이르의 풍경화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고 격찬했을까? 저자는 톨스토이부터 시인 김소월까지, <안티고네>부터 <롤리타>까지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고전 작품들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끈을 갖고 뭉크,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 박수근 등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게 해 주는 화가들의 그림들을 종횡무진 이어 나가며 '공감'이라는 새로운 지도를 그려 나간다."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책이 더러 있었지만 주로 학술적이거나 철학적이었다. 저자는 좀더 편안한 만남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정치학자 최정운 교수도 <한국의 탄생>(미지북스, 2013)의 속편으로 <한국인의 발견>(미지북스, 2016)을 펴냈다. 제목이나 부제 '한국 현대사를 움직인 힘의 정체를 찾아서'만 보면 정치학자의 저작이란 게 이상하지 않지만, 문제는 '한국 소설'을 통한 '한국인의 발견'이라는 데 있다. 분류하자면 '소설의 사회사' 내지 '소설사회학'에 해당한다(아니 '사회소설학'인가?).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개정판이 <지식국가론>(이조, 2016)으로 얼마 전에 다시 나왔는데, 두 권을 나란히 읽으면 저자의 관심사의 어떤 진폭을 그리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한국인들의 사상과 정체성에 접근하기 위해 저자 최정운 교수가 찾아낸 중요한 경로는 한국 현대 소설이었다. 현대 소설에 담긴 '픽션'은 소설가들이 당대 현실과 조응하며 기록한 가장 온전한 '사상'의 모습이고, '픽션'의 밑바닥에는 늘 시대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일주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된 우리 역사는 '예술 작품'의 연속이다. 이리하여 저자 최정운 교수는 전작 <한국인의 탄생>과 이 책 <한국인의 발견>을 통해 20세기 한국인들이 걸어온 근대로의 여정을 하나의 대서사로 완성했고, 이로써 한국 근현대 사상사의 발굴과 정립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어떤 성과에 이르렀는지는 일독해봐야 알겠지만 얼핏 무모해 보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시도로 여겨진다...
16.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