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련서로 올해를 마무리하는 두 권의 책은 '냉전시대 소련의 역사'를 다룬 블라디슬라프 주보크의 <실패한 제국>(아카넷, 2016)과 러시아의 인문학자 엘레아자르 멜레틴스키의 <신화시학>(나남, 2016)이다.
주보크의 <실패한 제국>은 예전에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인데(원서를 구한 기억이 있는데 구매 내역에는 뜨지 않는다) 번역본이 출간돼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소련의 관점에서 냉전을 분석한 냉전사 서술의 이정표.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의 전 지구적 대결인 냉전에서 소련을 추동한 동기들이 무엇인지를 깊이 탐구한 결과다. 2007년 출간되자마자 세계의 많은 학자들로부터 냉전 시대 소련의 역사를 깊이 있게 분석한 독보적 저서로서 인정을 받았고, 지금도 이 책을 뛰어넘는 냉전사 연구서를 만나기는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이 러시아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인지라 아무래도 관련서가 다수 출간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신호탄으로도 생각된다.
멜레틴스키의 <신화시학>(1976)은 이 분야의 매우 고명한 저작으로 전공자들에게는 필독서였다. 러시아문학 전공자뿐 아니라 문학 연구자들에게 신화와 신화적 사유에 대한 꽤 유익한 이론적 바탕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간략한 요지는 아래와 같다.
"멜레틴스키의 신화론은 구조주의를 넘어 문학과 신화를 연관 짓고 양자 간의 공시적, 통시적 관계를 규명하였다. 즉, 문학의 발생과 진화를 신화로부터 찾고 이후의 문학 장르 속에서 신화적 모티브와 플롯을 추적하며 신화가 인류 사유의 원형으로 남았음을 <신화시학> 속에 증명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에서는 19세기와 20세기의 신화 이론을 분석한다. 제2부는 제1부의 논의를 재조명하여 원시 및 고대신화의 일반적 특성을 살피며 신화와 문학의 근본적이며 본격적인 관계에 접근한다.
제3부는 문학과 신화의 관계에서 역사적인 탈신화화(대표적으로 계몽주의와 사실주의)와 재신화화(낭만주의와 모더니즘)의 과정을 소개하고 이후 20세기 문학, 특히 소설에서의 신화주의의 개화와 발전을 이야기한다. 주로 20세기 서구의 신화소설을 대표하는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이 이루어지며 이들을 통해 현대문학에 내재된 신화적 토대를 밝혀낸다. 이어서 제3세계 작가에게서 나타나는 20세기 소설의 신화주의 경향에 대한 유행과 전망으로 마무리된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관심은 20세기 '신화소설'들에 두어지는데, 토마스 만과 카프카에 관한 분석은 바로 읽어봐야겠다. 언제나 그렇지만, 해가 바뀌어도 읽을 거리는 줄지 않는다...
16.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