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두 권의 고전 번역서를 고른다. 헤로도토스의 <역사>(길, 2016)와 플라톤의 <법률>(숲, 2016)이다. 고전 분야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미 원전 번역본이 나온 두 책의 새 번역본이라는 걸 알 수 있으리라. 가령 <역사>는 천병희 선생의 최초 원전 완역본 <역사>(숲, 2009)이 진작 나온 바 있다(그밖에 중역본이 몇 종 된다). 이번에 나온 건 서양 고전학이 아닌 서양 고대사 전공자의 번역이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3~4종 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사 전공자에 의한 희랍어 원전 번역은 이 책이 최초이다. 번역자 김봉철 교수는 이미 역사가로서의 헤로도토스와 그의 주저 <역사>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여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번역하였다. 이 책 번역의 원칙으로 역자는 원문을 가급적 충실하게 직역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음을 밝히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학 고전이므로 그 문장과 자구 하나하나가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김봉철 교수는 <그리스 신화의 변천사>(길, 2014), <영원한 문화도시 아테네, 2002) 등의 저서와 <그리스 민주정의 탄생과 발전>(한울, 2001) 등의 역서를 갖고 있다. 역사학 전공자와 고전학 전공자의 번역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데, 차이는 직접 비교해봐야 알 수 있겠다. 



희랍 고전 번역에 매진하고 있는 천병희 선생의 새 번역으로 플라톤의 <법률>이 추가되었다. 말년의 저작으로 <국가><정치가>와 함께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책(분량으로는 <국가>와 함께 가장 두꺼운 책이다. 이 두 권이 플라톤 전체 대화편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역시 최초 번역본은 아니어서 박종현 선생의 원전 번역본이 앞서 나왔었다. 



두 종의 원전 번역본이 있다고 해서 유감스러울 일은 절대 없다. 각기 장단이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참고하고 또 비교해볼 수 있겠다. 플라톤 번역과 관련해서는 정암학당의 전집 번역이 여기에 추가될 수 있을 텐데, 결정적으로 아직 <국가>와 <법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나오게 되면 3종의 번역본이 플라톤의 원전 번역을 삼분하겠다. '삼분지대계'란 이런 경우에도 해당하겠다...


16. 12.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