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새 에세이를 펴낸 3인을 골랐다. 먼저 독문학자 문광훈 교수. 네이버의 열린연단을 통해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독문학계의 대표 학자인데, 이번에는 <가장의 근심>(에피파니, 2016)을 펴냈다. 제목은 카프카의 단편에서 따왔다.
"이 책은 나/개인의 생활에서 출발해, 예술과 철학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사회로 넓히고 사회의 문제를 나/개인의 일상의 구체적 생활 속에서, 간곡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살피고 있다."
저자는 주로 아도르노와 벤야민의 사유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데, 거기에 한 사람을 추가하자면 김우창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권의 김우창론을 펴낸 바 있는데, 대담집 <세 개의 동그라미>(민음사, 2016)도 김우창전집의 한권으로 최근 다시 나왔다.
전공으로 치면 사회학자나 문화학자로 분류될 성싶지만, 그냥 '전방위 인문학자'로 불리는 엄기호의 신작도 나왔다.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창비, 2016). 최근에는 주로 공저를 펴냈는데, 단독 저작으론 <단속사회>(창비, 2014)에 이어지는 책이다. 공감이 가는 제목이지만 동시에 어떤 내용의 책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운데,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집필 의도는 이렇다.
"나는 우리가 역사를 믿는다면서 왜 역사에 절망하며 역사 자체를 리셋하고 싶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정념은 또 어떻게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시켰는지, 그리고 다시 역사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필요할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어쩌면 내년은 한국사의 새로운 리셋 원년이 될지도 모르기에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서라도 일독해봄직하다.
영화평론가 내지 문화평론가에서 어느덧 방송인으로 더 친숙한 허지웅의 신간 에세이도 출간되었다. <나의 친애하는 적>(문학동네, 2016). <버티는 삶에 대하여>(문학동네, 2014)를 펴낸 지 2년만이고, 데뷔작 <대한민국 표류기>(수다, 2009)로부터는 7년의 시간의 흘렀다(나도 첫 책을 낸 게 2009년이므로 허지웅과는 '데뷔 동기'다!). 표지의 이미지도 그렇지만 '스타일리시한 진보'의 대표적인 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아주 따끈한 신작이어서 세번의 촛불집회 참가 경험담까지 책에는 들어가 있다. 그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인증샷이다.
16. 12.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