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글쓰는 사람' 은유의 새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글쓰기 책이 아니라 인터뷰집이다. <폭력과 존엄 사이>(오월의봄, 2016).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만나다'란 부제가 내용을 어림하게 해준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간첩 조작 사건을 통해 국가폭력의 야만성을 조명하는 책이지만, 그보다 피해자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훨씬 더 큰 강조점을 두는 르포르타주 작업이다. 저자 은유는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7명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 기록을 중심으로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언어로 풀어냈다."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박근혜 정권의 종말은 길게 보면 한국 현대사를 주물러온 박정희 패러다임의 종말이고, 종말이어야 한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극복은 더불어 폭력에서 존엄으로의 이행이기도 할 것이다.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 <자백>과 같이 읽어볼 만하다. 



두번째 저자는 정시몬이다. <철학 브런치>(부키, 2014)를 냈을 때는 정체를 알 수 없었는데, <세계사 브런치>(부키, 2015)에 이어서 이번에는 <세계문학 브런치>(부키, 2016)까지 펴냈다('인문학 브런치' 시리즈는 어디까지 더 이어지는 것인지?). '브런치'라는 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는 뜻으로 읽힌다. 

"서양 문학의 원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부터,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품 추리 소설, 영문학의 보물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과 역사극, 독특한 매력을 내뿜는 카프카의 부조리 소설, 담백한 시어로 깊은 울림을 전달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전원시에 이르기까지 50여 작가들의 시, 소설, 희곡 작품 80여 편을 준비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생명력을 발산해 온 고전들 가운데서도 언어 예술의 극치를 선사하는 대목들이 영어 텍스트와 함께 차려져 독자들의 입맛을 돋운다."

프로필만 보면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따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저술가로도 데뷔했다고 하는데, 현재 전업 저술가인 것인지 아니면 '투잡'인지도 불분명하다(아마도 '투잡'이리라). 세 권의 책을 대충 훑어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은 저자가 태생적 '간서치'라는 것. 간서치나 예비 간서치 독자라면 더없이 반갑게 읽을 수 있다. 



서양사학자 주경철 교수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를 펴냈다. <일요일의 역사가>(현대문학, 2016).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역사서 읽기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학자 주경철의 역사 산책. 에우리피데스부터 카사노바, 홀로코스트에 대한 비판적 성찰까지, 동시대적인 문학과 예술 사이의 큰 흐름 사이에서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특별한 사건이 각인된 역사의 진모를 헤아려본 독특한 글이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연대기적 역사서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할 역사의 이름으로 기억해봄 직한 토픽들을 다루었다."

 

이런 글은 일요일에 쓰고 일요일에 읽는 게 제맛인지도. 그렇지만 오늘 같은 일요일에는 내게 그런 여유가 없어 유감이다...


16. 11. 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