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아니라 부제 때문에 관심을 갖는 책은 박종성의 <아전과 내시>(인간사랑, 2016)다. '조선조 정치적 복종의 두 가지 형식'이 부제. 제목과 부제만으로도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데, 다만 시야를 확장하자면 그러한 복종의 두 형식이 작동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아전과 내시는 어떤 자들인가. "그들은 조선사회질서유지와 유교권력의 동원과정에서 독특한 복종을 통해 자신의 힘의 기반과 저력을 이어간 제도 직종이다."

"정보의 출처와 인물의 소재, 언로의 흐름과 소통의 메커니즘을 독점하거나 왜곡, 과장함은 물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이든 마다치 않는 일상의 모험은 흔히 말하는 권력형 부패니 사회적 타락이니 하는 용어를 무색케 한다. 그것은 관례화한 국가적 폐단이며 중앙권력과 지방 행정력이 도리어 강하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힘의 단위였다. 권력의 기생성은 권력 그 자체가 민감하게 의식할 수 없는 무풍(지대)의 배양물이다. 아니, 알아도 어쩌지 못하고 성가셔도 눈감을 수밖에 없는 공생의 정치학으로 볼 일이다."(15쪽)

현재의 시국에 적용해보자면, 권력 주변에 아전과 내시, 그리고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4%) '애국시민'(김진태란 자의 표현이다)이 한쪽에 있고, 다른 쪽에 (박근혜의 퇴진 혹은 탄핵을 요구하는 96%) 국민(촛불시민)이 있다. 권력(주권)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향후의 일정은 그걸 확인하는 짧거나 긴 여정이 될 것이다. 



한편 저자 박종성 교수는 다작의 저술로 유명한 정치학자다. 조선사에 대해서도 <조선은 법가의 나라였는가>(인간사랑, 2007)와 <백정과 기생>(서울대출판부, 2013) 등의 책을 이미 펴낸 바 있다. 근현대사로 오면, <강점기 조선의 정치질서>(인간사랑, 1997), <한국의 파벌정치>(한울, 2012), <한국정치와 정치폭력>(서울대출판부, 2001) 등이 있다. 그밖에도 <권력과 매춘>(1996), <패션과 권력>(2010) 등 다방면으로 종횡무진 책을 펴냈다. 



주제를 관리/관료 쪽으로 돌리면 '중국 역사에 나타난 관리들의 생존법'을 다룬 천웨이의 <관리의 비밀>(인간사랑, 2016)도 이번주에 나왔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을 더 찾아보니 조선시대사학회에서 펴낸 <동양 삼국의 왕권과 관료제>(국학자료원, 1999)와 박은경의 <일제하 조선인 관료연구>(학민사, 1999) 등이 더 있다. <관리의 비밀>을 제외하면 학술서 범주의 책들인데, 좀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로도 나오면 좋겠다...


16.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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