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상가 리쩌허우가 '중국의 전통 미학'을 다룬 책 <화하미학>(아카넷, 2016)이 재번역돼 나왔다. 같은 제목으로 동문선판(1999)을 갖고 있지만 채 읽기도 전에 새 번역본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더 좋은 번역본으로 나왔겠거니 하는 수밖에. 그러고 보면 이 책의 짝이 되는 <미의 역정>(글항아리, 2014/ 동문선, 1991)도 두 종의 번역본이 있다. 


"현존 최고의 중국 사상가 리쩌허우(李澤厚)의 <화하미학(華夏美學)>(1988)은 <미의 역정>(1981)과 함께 그의 2대 미학 저술로 평가받는 역작이다. “중국 미학을 체계화했다”고 인정받는 그는, 중국 문명의 미학적 전개를 “평면으로” 정리해낸 전작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수직으로” 자신의 철학 사상을 펼쳐낸다."

책소개를 보면, 이전 번역판과 달라진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다. "히 이번 번역본은 한문투의 기존 번역에서 벗어나 보다 자연스러운 우리말을 사용했으며, 리쩌허우의 전체 철학 체계와의 연관성을 중시했다. 또한 100여 점의 도판을 컬러로 실어 지은이의 논의를 충실히 따라갈 수 있게 했다." 나중에 읽은 자가 더 좋은 책을 읽게 되는 법이다.



중국 사상 관련서로 또 다른 주목거리는 <리링의 주역 강의>(글항아리, 2016)다. '리링 저작선'의 여섯 번째 책으로 <논어>와 <손자>에 이어서 강의에 이어서 이번에는 <주역>인 셈. "저자는 왕필본을 저본 삼고, 출토본별 차이를 밝히면서 <역경> 본문을 해설한다. 수천 년 역학사에 대한 단단한 이해와 문자학, 음운학 지식을 바탕으로 <주역> 이해로 나아가는 가장 믿음직한 길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고전 가운데 <주역>은 나로선 가장 관심이 안 가는 책인데("도에 관심이 있으십니까?"란 질문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주학이나 명리학에도 나는 관심이 없고, 내세도 마찬가지다) 리링의 강의라고 하니까 약간은 마음이 움직인다. 어떤 책인지, 어떤 강의인지는 뒤적거려볼 수 있겠다.


주역에 관한 책은 알다시피 적잖게 나와 있다. 최근에 나온 걸로는 김기현의 <주역, 우리 삶을 말하다>(민음사, 2016)가 대표적이다. 실용적인 점서에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착색해온 역사에 기대다 보니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생살이는 다 마찬가지 아니냐는 인식도 '깨달음'으로 통용되는 게 현실이다. 주역이 대단한 책인 양 이야기하는 사람은 일단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간에 신뢰해온 리링의 강의는 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16.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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