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고른다. 타이틀북은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로 다시 나온 <지금 다시, 헌법>(로고폴리스, 2016)이다. 변호사와 법학자 등 3인이 쓴 책으로 "7년 전에 출간된 <안녕 헌법> 의 내용을 보강하고 새롭게 다듬은 개정판"이다. 방점은 '시민을 위한'에 놓인다.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검찰 표현으로는 공범)이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탄핵 국면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텐데, 이후의 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헌법 공부를 좀 해두어야 한다(시민을 공부하도록 만든 게 이명박, 박근혜의 '치적'이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고전적 저작 <권리를 위한 투쟁>(새물결, 2016)도 헨리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과 함께 우리가 참고할 만한 고전. 예링은 "‘법의 목적은 평화이지만 수단은 투쟁"이라고 단언한다.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터라 전 세계적 조롱거리가 되고 있어서(평화적인 100만 촛불 집회는 그나마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상쇄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마저 다시 보게 되는데, <이즈미 도쿠지, 일본 최고재판소를 말하다>(궁리, 2016)가 바로 그런 책이다.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궁리, 2009)의 저자인 논픽션 작가 이범준이 옮겼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역사와 그 의의를 담은 책으로 이즈미 도쿠지는 일본에서 존경받는 법조인이라 한다. 알다시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최종판단은 헌법재판소에서 이루어진다.
미국 사회의 지적 기원을 살펴본 책으로 유벌 레빈의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위대한 논쟁>(에코리브르, 2016)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책. "오늘날의 미국 정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이라는 두 사상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한편으론 '썰전' 시청자들에게 요긴한 책일 수도 있겠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한국 종교의 현재를 진단한 <지금, 한국의 종교>(메디치미디어, 2016)다.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가 불교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기도 한 김진호 목사가 개신교를,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자 가톨릭프레스 편집장이 가톨릭의 대표로 나섰다. 이들은 자신의 종교를 각각 내부자의 시선으로 비판하며, 각 종교의 문제점과 그 이유를 진단했다. 그러나 이들은 원효의 화쟁 사상처럼 싸우되 평화롭게 싸우며, 종교 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조금 아쉬운 것은 오늘의 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한국의 신흥종교에 대한 진단이 빠진 점이다. 신천지교나 박정희교 같은 신흥종교 말이다. 박정희 기념사업에 들어가는 내년 예산만 1800억원이라고 한다. 이런 '광기'는 정치학이나 사회학의 관점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종교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수준 낮은 권력자를 상대하다 보니 젠장, 신흥종교까지도 공부해야 한다!..
|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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