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미국의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 소설가로 더 유명한 스위스 출신의 철학자 페터 비에리, 그리고 일본의 한국문학 연구자 하나토 세츠코, 3인이다.

 

 

스탠포드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모리스는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글항아리, 2013)으로 처음 소개된 이후 <전쟁과 역설>(지식의날개, 2015)에 이어서 이번에 <가치관의 탄생>(반니, 2016)까지 소개됨으로써 확실한 중럄감을 갖게 되었다(<문명의 척도> 같은 책이 더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인류문명사의 대가인 이언 모리스는 '야수 같은 물질의 힘'이 어떻게 인류의 문화와 가치관, 신념을 한정하고 결정짓는지에 대해 야심찬 주장을 펼친다. 인간 가치관의 거시적 역사를 제시하기 위해 먼저 인류의 발전 과정을 에너지 획득 방식에 따라 수렵채집, 농경, 화석연료의 연속적 3단계로 나누고, 이 에너지 획득 방식들이 해당 시대에 득세할 사회적 가치들을 결정하거나 최소한 한정했다고 주장한다."

고대사와 고고학 전공인 이언 모리스는 '이해'가 아닌 '설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역사학과는 다른 역사학을 지향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나 유발 하라리와 견줘볼 만한데, 국내에 소개된 세 권의 책만 하더라도 각각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그리고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같이 읽어볼 만하다. 즉 이들 책들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모리스의 책들도 환영할 만하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쓴 <리스본행 야간열차>(들녘)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페터 비에리의 철학적 에세이들의 저자이기도 한데, <삶의 격>과 <자기 결정>에 이어서 <자유의 기술>(은행나무, 2016)이 이번에 나왔다. 국내 출간은 나중이지만, 모두 <리스본행 야간열차> 이전에 쓰인 책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쓰인 게 <자유의 기술>이라고.

"다양한 학문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제일의 조건으로 언급되곤 하는 '자유'에 관해, 독일의 철학자인 페터 비에리가 대중적이고도 철학적 정확성을 바탕으로 통찰한 책이다. <삶의 격>에서 지고의 가치로 '존엄성'을 언급하고 <자기 결정>에서 그 존엄한 삶을 위해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강조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인격체, 의지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삶과 존엄' 3부작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책은 집필 순으로는 가장 먼저 쓰여진 덕분에 존엄성을 강조하며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페터 비에리 철학의 원류를 되짚어가는 묘미를 선사한다."

 

순서대로라면, '삶과 존엄' 3부작을 통과해야 비로소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탑승하게 되는 건가. 

 

 

일본의 한국근대문학, 특히 이광수 연구로 업적을 쌓은  하타노 세츠코란 이름을 기억할 독자는 거의 없겠지만, 이제는 기억해두기로 하자. 일본어로 쓴 이광수 평전 <이광수, 일본을 만나다>(푸른역사, 2016)가 번역돼 나왔기 때문인데, 이번이 세번째 책이다. <무정을 읽는다>(소명출판, 2008)와 <일본 유학생 작가 연구>(소명출판, 2011)가 앞서 출간됐었다.

"일본어 번역서 <무정>(2005)을 비롯하여 <무정을 읽는다>(2008), <일본 유학생 작가 연구>(2012), <이광수의 이언어 창작에 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이광수 연구에 집중해온 니가타현립대학의 명예교수 하타노 세츠코의 연구 성과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광수 평전이다. 저자는 자료에 기초해 그간 묻히거나 망각되었던 역사적 맥락을 최대한 복원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이광수의 삶과 문학이 놓인 자리를 꼼꼼하게 추적한다. '친일'인가 '문학성'인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일본'이라는 키워드로 이광수의 삶을 가감 없이 그린다."

 

같이 기억할 만한 이름은 역자인 최주한 서강대 연구교수다(역시 이광수 전공이다). 두 사람은 <이광수 초기 문장집>(소나무, 2015)을 같이 펴내고 있기도 하다. 내년이 <무정> 발표 100주년이 되는 해라서 이광수와 <무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재조명이 이루어질 듯한데(이달 <문학사상>의 기획특집도 <무정>이다. 발표 99주년 기념), 기본 자료로 삼을 만하다...

 

16.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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